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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대림산업 주총 ‘빨간불’ 국민연금 압박…이해욱 회장 사내이사 연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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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7일로 예정된 대림산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건설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국민연금이 주총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림산업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매경이코노미

오는 3월 27일로 예정된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지 건설업계 관심이 쏠린다. <윤관식 기자>


▶이해욱 회장 3세 경영 시작됐지만

▷부당사익 편취 혐의 불구속 기소

대림산업은 지난해 초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아들인 이해욱 당시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 작업을 마쳤다. 1995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후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대림그룹을 대표하는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오너 3세 경영 막이 올랐다.

하지만 이 회장 취임 전후로 대림산업 안팎에는 잡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부당사익 편취 혐의로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내막은 이렇다. 대림 오너 일가가 소유한 ‘에이플러스디’는 대림산업과 자회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2014년 시작한 호텔 사업에서 ‘글래드(GLAD)’ 명칭 브랜드를 빌려주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사익 편취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13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시에 이해욱 회장과 대림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0년 설립된 에이플러스디는 이해욱 회장이 지분 55%, 이 회장 장남 동훈 씨가 45%를 보유한 오너 일가 소유 기업이다. 대림그룹은 2014년 서울 여의도 옛 사옥 부지를 호텔로 재개발하면서 글래드 브랜드를 사용해왔다. 오라관광이 운영하는 8개 호텔 중 5개에 글래드 브랜드를 달았는데 공정위는 대주주 일가 개인 회사인 에이플러스디가 글래드 브랜드를 소유하면서 일종의 ‘통행료’를 받는 구조로 판단했다.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오라관광이 에이플러스디에 지급한 수수료만 31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일가가 사익 편취한 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해욱 회장은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대림산업 주총에도 불똥이 튀었다. 대림산업 지분 12.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입해 주총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2월 초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여연대 소속 위원은 대림산업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을 겨냥해 국민연금이 이사직을 박탈하라는 주문이었다. 참여연대는 “이해욱 회장이 회사의 자산인 상표권을 자신과 자녀 지분이 높은 계열사 이익을 위해 유용하는 등 사익을 편취해 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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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대림산업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일반 투자의 경우 임원 보수, 배당 등에 대한 제안으로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해욱 회장은 주총에 앞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3월 임기를 끝으로 사내이사 연임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총에서 동종 업계 대비 낮은 배당성향 등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림산업은 매년 한 자릿수 배당성향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대로 올라섰다.

이해욱 회장에 불리한 요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회장은 그동안 편법 승계, 갑질 논란 등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대림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대림산업이 삼호, 고려개발, 대림씨엔에스, 대림자동차공업,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최대 주주다. 지분 52.3%를 보유했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회사 대림H&L과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평가하면서 지분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2008년 당시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 합병 비율은 1 대 0.78이었다. 합병 전까지만 해도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없던 이 회장은 합병 덕분에 단숨에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32%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늘리기는 계속 이어졌다. 대림코퍼레이션 최대 주주는 여전히 이준용 명예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1%, 이해욱 회장은 32%를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했는데 고민 끝에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회장이 지분 99%를 보유한 IT회사 대림아이앤에스를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증여세 납부 없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52.3%까지 높이며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 편법 승계 논란이 일었다. 국세청이 지난해 말 대림코퍼레이션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 합병 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조치였다는 후문이다.

대림코퍼 2대 주주 KCGI 변수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압박할 듯

이 와중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대림그룹은 더욱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통일과나눔재단은 최근 대림코퍼레이션 보유 지분 32.6% 전량을 KCGI에 매각했다. 이번 인수로 KCGI는 이해욱 회장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향후 대림그룹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등 입김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은 수주 사업으로 경기 부침이 심한 데다 낮은 배당성향과 수익률로 주주이익환원 역시 소홀히 하는 등 지배구조 관련 이슈도 있다. 경영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CGI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전격 매입한 것은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에 대한 최대 주주 지배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최대 주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이 21.67%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금융권에서는 대림 오너 일가가 대림산업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오너 지분율이 높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을 합치면 이해욱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이참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CGI와 대림 오너 일가가 대림코퍼레이션 상장이나 대림산업과 대림코퍼레이션 합병 등에 대해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가운데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말 신임 대표이사로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을 선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신임 대표가 LG전자 등 주요 기업에서 투자 개발, 구조조정 분야 경력을 쌓아온 만큼 머지않아 대림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최대 주주 지배력이 약한 데다 일감 몰아주기, 편법 승계 등 수많은 이슈에 휘말린 만큼 이번 주총을 계기로 주요 사업, 지배구조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0호 (2020.03.18~2020.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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