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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월수입 200만원→5만원…프리랜서 강사들 '생활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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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문화센터 강의 줄줄이 끊겨…"빚내서 생활비 마련"

전문가 "장기적 재난으로 발생한 실업자 지원 제도 마련해야"

연합뉴스

도서관 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임성호 기자 = 서울시내 자치구 문화원 등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강모(48)씨의 지난달 총수입은 5만2천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월평균 200여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강씨는 23일 "이달은 강좌가 모두 취소됐다"며 "4월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가을까지 원래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생활비를 벌었던 강사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달가량 수입이 끊겨 생활고를 겪고 있다. 많은 인원이 실내 한 공간에 모여 강의를 듣다 행여 전염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사라진 강사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빚을 져야 하는 형편이다.

등단 20년차 시인 이선(65)씨는 서울 광진문화원 등 3곳에서 시 창작 수업을 해왔다. 이씨는 "코로나19로 강의가 모두 취소됐다"며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어 평론을 쓰거나 다른 사람이 쓴 시를 봐주면서 부수입을 얻지만 연 1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유명한 프리랜서 강사 최준영(54)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예정됐던 강연은 줄줄이 취소됐고,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여는 인문학 강좌도 무기한 연기됐다. 작년 이맘때 강의료 수입은 1천만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0원이라고 한다.

최씨는 "이달 예정됐던 강연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600만∼7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며 "프리랜서 강사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출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학술기관 등에 소속된 강사도 생활고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 정정기(49)씨는 이달 예정됐던 농업 강연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월수입이 20% 줄어 예금저축을 해지해서 쓰고 있다"며 "적금을 깨거나 빚을 내는 것 외에는 생활비를 마련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프리랜서 강사처럼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군도 재난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는 정부가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이들을 돕는 긴급 복지 지원 자격요건을 넓게 해석하고 예산을 늘려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이들이 시급히 도움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장기적 재난 상황에서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제도가 구축된 독일은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동요가 비교적 덜하다"고 했다.

fortuna@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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