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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코로나 진단키트 비싸게 팔아 하루에 6억씩 번 英 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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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CD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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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한 개업 의사가 위장 회사를 세우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진단 키트를 중간유통상에서 떼다가 시세의 3배 가격에 팔아 단 6일 만에 36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하루에 우리 돈 6억원꼴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런던 북부에 있는 심장병 전문의 마크 알리(56)가 자신의 집을 사무소로 정해서 세운 ‘할리 스트리트 클리닉’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개당 375파운드(약 55만원)에 판매했다. 이 회사가 지난 6일간 판매한 진단키트는 자그마치 6664개로, 시가 250만 파운드(36억7000만원) 어치다.

애초 알리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병원이 직접 생산한 코로나 진단키트를 통해 셀럽이나 저명인사, 기업인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한다고 선전했다. 키트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환자가 검체를 담아 보내면 분석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영국 내 병원 등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무증상 환자는 물론이고, 경증환자까지도 병원에서 검사를 거부당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옥스퍼드대 강사는 최근 숨쉬기 불편하고 폐렴 증상까지 보였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리의 서비스는 제품이 남의 회사 것인 사실은 물론이고, 검체 채취 후 분석까지 다른 회사에 보내는 전형적인 ‘봉이 김선달’식 마케팅이었다. 알리는 랜독스의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다가 3배에 팔아치운 것이다. 정작 이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추후 분석까지 하는 진단업체 랜독스에서는 이 제품을 120파운드(17만원) 정가에 판매한다.

정작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 빨리 알고 싶어하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알리의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알리는 단 6일 동안 매출 250만 파운드, 순이익 170만 파운드(25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신문은 집계했다.

알리가 세운 할리 스트리트 클리닉 역시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했다. 선데이타임스는 “할리 스트리트 클리닉은 2017년 알리가 세운 회사로 자산이 200파운드밖에 되지 않는 곳”이라면서 “이름은 클리닉(병원)이지만 실제로는 파견 직원 몇 명 써서 전화받는 마케팅 회사로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존 애쉬워스 영국 노동당 의원은 “이런 사건은 전무후무한 공공 보건 위기”라면서 “정부가 이와 같은 행동을 근절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알리는 돈을 세어볼 시간이 없어 170만 파운드나 이익이 난 줄 몰랐고,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현택 기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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