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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김소영 "한미 통화스와프 만병통치약 아냐…대기업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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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에게서 듣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재난소득 시기상조…재정,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써야"

뉴스1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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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실물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완벽한 해법(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를 톡톡히 봤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금융뿐만 아니라 실물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금융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물경제가 위태로우면 가계와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시장 역시 온전할 수 없는데 그 충격이 금융위기로 이어지면 다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줘 손쓸 수 없다는 판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상징적 의미…달러 부채 많은 기업 살펴야"

김 교수는 23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9일 발표한 600억달러의 한미 달러스와프 체결에 대해 "상징적 의미가 상당히 있다. 우리 금융시장이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금융시장에 드리운 금융위기 공포심을 어느정도 거둬냈다는 진단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통화스와프 계약 덕에 외환위기 직전에서 탈출했다. 미국이 한국의 달러 지급능력을 사실상 보장하자 공포에 떨던 국내 금융시장이 곧바로 안정을 찾았다.

다만 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통화스와프 규모가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의 15%밖에 안된다. 투자자들이 달러화 수급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600억달러는 충분하지 않다"며 "양국 통화스와프 규모를 키우거나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상징적 의미만으론 실물경제의 달러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투기적 매도는 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 빠져나가거나 달러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등 지속적으로 달러가 필요할 수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에서 경고등이 울릴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외환보유고를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시경제정책과 국제금융정책 분야 전문가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예일대 박사과정 시절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통화정책이 환율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선진국에서의 환율 퍼즐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인 논문이다. 그는 거시경제를 다루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실천적 학자이기도 하다.

◇"재난카드 반대, 지원 필요 분야 집중해야…정치적인 생각 없애야"

김 교수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사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가계, 자영업자, 기업 등이 파산하면 빚을 갚지 못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함께 망해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게 현재로선 제일 위험한 시나리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해 은행이 버틸 힘을 준 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4월1일부터 1년간 RP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신용경계감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교수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연결고리를 찾아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밸류 체인 관련성이 높은 산업부터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글로벌 밸류 체인은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생산·유통 등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 세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가 중간재를 생산하는데 최종재 생산을 안 하면 수출할 수 없고, 반대로 원자재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 생산이 막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꼭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물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겠지만 산업에 따라서는 규모가 큰 기업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모가 큰 기업이 망하면 그 파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항공업·관광업 등은 대기업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재난소득은 지금 상황에서 꺼낼 카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규모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더욱 핵심적"이라며 "재난소득으로 그냥 나눠주는 것보단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해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각국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장기전이 예상된다"며 "지금 재난소득으로 돈을 쓰면 앞으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 회복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만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생각은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뼈 있는 말도 덧붙였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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