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 참석 중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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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각)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은 "우한 코로나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면서 EU의 잠재력과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적으로 우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에서만 1만 2462명이 감염되고 827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도 각각 2000여명이 감염되고 수십명이 사망했다.
최대 확산국인 이탈리아는 지난 9일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스페인·프랑스·독일도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와 스포츠 경기 등을 금지하고 휴교령을 내렸다. 스위스·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발병국가로부터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통제를 강화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이례적으로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한다"며 "우리는 아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물리학 박사 출신인 그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현실적이고 진실한 메시지를 알렸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보건 위기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함께, 그리고 유럽의 맥락에서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유럽의 단결을 강조했다. 이날 옌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도 "10년 전 EU 각국이 금융 위기에 단결했듯이 지금 보건 위기에도 단결해야 한다"며 "내 생각에는 건강은 금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여전히 경제적인 고려를 검토하며 우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단합하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도시 봉쇄 조치도 경기 침체를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한 이탈리아의 국립보건원 감염병 전문가인 조반니 레자 박사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우한 코로나를 자유롭게 퍼트린다면 이탈리아의 희생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와 보건부 장관이 EU의 단결을 강조한 독일에 대해서도 "독일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다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연방 보건부가 대규모 행사를 금지하라고 각 지방에 전달했지만, 자치 권한을 갖고 있는 16개 지방 중 절반 정도만 이를 수용하고 있다.
또 EU는 프랑스와 독일의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위생용품의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각국의 마스크 재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하루만에 무마됐다. 루마니아가 별도로 개인보호장비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유럽 각국은 우한 코로나 대처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달 13일 발생한 첫 사망자에 대해 3주 동안 알지도 못했다. 이날 스페인 의회는 극우정당 복스(Vox)의 하원의원 52명 전원이 우한 코로나 감염 의심으로 자가격리되면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폴리티코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 북부 지역이 봉쇄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이민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며 EU의 안일한 모습을 비판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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