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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칠성동에 사는 A씨(71)는 지역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기능을 가르치는 강사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또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게 그의 업무다. 노인일자리 사업이라 정부에서 매달 27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복지관이 폐쇄돼 집에서 쉬게 됐다. 언제 다시 일할지 기약이 없지만 그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따른 취업자로 분류돼 있다.
A씨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교통 정리, 쓰레기 줍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동일한 상황"이라며 "얼마 안되는 수입이지만 형편이 딱한 분들은 당장 수입이 끊기게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50만명 가깝게 늘어난 취업자 중 상당수가 '노년층 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노인일자리를 대폭 늘리면서 60대 이상 취업자가 꾸준히 늘었지만, 이처럼 휴직자가 한꺼번에 급증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인일자리센터가 휴원에 들어간 영향 때문인데, 무급으로 쉬고 있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잡힌 것이다. 노인일자리 증가로 나타난 고용 통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왜곡된 셈이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2월 대비 49만2000명 늘어났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0.6%포인트 상승한 60%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이다. 코로나19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과 전혀 다른 통계다.
연령별 취업자 비중을 살펴보면 일반인의 체감과 거리가 먼 고용 통계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연령별로 보면 신규 취업자의 60세 이상 쏠림 현상과 경제의 허리인 40대의 고용 부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57만명 늘어 월간 고용 통계를 작성한 1982년 7월 이래 최고 증가 폭을 보였다. 이들 중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일자리에 취업한 사람은 17만700명이었다. 반면 40대는 취업자가 10만4000명 줄면서 52개월 연속 감소했다. 20대는 2만5000명 감소했는데,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 줄어 작년 6월(4000명 감소)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한 꺼풀 더 벗겨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렇게 늘린 노인일자리도 '일시 휴직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 휴직자가 14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들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잡힌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시 휴직자도 취업자에 포함되는데 14만2000명이 다 노인일자리 관련자는 아니고 일부 민간 쪽도 있다"며 "아무래도 코로나19에 취약한 연령대가 고령층이고, 그분들 중 2월에 막 시작하려던 분들이 코로나19로 잠시 휴직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방지하고 취약 계층 감염 예방을 위해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휴관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이 투입된 일자리 중개소 역할을 했던 노인일자리센터도 대부분 휴관 권고를 받았다. 해당 센터에서 일을 소개받은 노인 근로자들도 '무급'으로 일을 쉬었다. 중대본의 권고가 지난달 말에 있었고,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휴직에 들어간 노인 근로자들은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60세 이상 전체 취업자는 약 469만명인데 전국 노인일자리센터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는 총 64만개로 집계됐다. 이들 센터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휴원했다. 따라서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2월에 늘어난 14만명의 일시휴직자 가운데 이들 센터 소속도 일정 부분 포함됐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8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계획'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사업장이 2220곳이며 이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3만1109명에 불과한 만큼 나머지는 노인일자리센터 소속인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과 고용부의 집계 방식이 다르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에 비해 고용 동향 통계의 휴직자 수가 많은 건 결국 노인일자리 휴직자 증가에 기인한 셈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감원 대신 휴직·휴업을 택했을 때 인건비 중 일부를 고용부에서 지원받는 제도로,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지급 기준이 크게 완화됐다.
무급으로 쉬는 노인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고용과 복지 모두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 성과를 치장하기 위해 복지 프로그램을 노인일자리에 집중하면서 지금과 같은 '통계 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통계주도성장'을 하다가 고용지표를 완전히 왜곡했다"며 "노인일자리는 분명 필요하지만 이는 '복지사업'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태준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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