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보안기술 콘퍼런스 RSA2020 전시장 모습.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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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해 보지 않았는가. 우리는 지금 연결된 세상의 위험 위에서 살고 있다.'
2월 25~2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보안기술 콘퍼런스 RSA2020에서는 연결된 세상의 또 다른 위험,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 사이버 보안 이슈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초를 읽을 수 있는 세션이 다수 열려 눈길을 끌었다. 27일 '지정학적 위험과 사이버 안보'라는 세션에 등장한 4성 장군 출신인 전직 해군 제독 제임스 스트라브리디스는 지역적으로 미국의 가장 큰 위협 국가를 4곳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다. 모두 미국의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해킹 등을 통한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고, 2020년 예정된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스트라브리디스 제독은 "가장 무서운 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여론을 둘로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라며 "러시아가 민간과 협동으로 진행하는 사이버 보안 게임의 내용을 보면 가히 놀랄 만한 여론 분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 등에서 무섭게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중국에 대해 그는 "공공기관들이 협력해 사이버 군대를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공군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만들면서부터 공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그는 이처럼 "지금 사이버 군대(Cyber Force)를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희화한 2014년 개봉 미국 영화 '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가 정체 모를 해커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그는 전했다. 특히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화웨이의 5G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는 세션도 열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RSA 2020에서 열린 '어떻게 공급망 위험을 줄일 것인가 : 화웨이 차단에서 얻은 교훈' 세션에서는 미국 국방부(DoD)에서 5G 장비 구매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케이티 아링턴 사이버정보보안담당관, 앤디 퍼디 화웨이 최고보안책임자(CSO) 등 직접적인 의사결정권자들이 참가해 특히 주목을 끌었다. 아링턴 담당관은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에 의해 적법하게 화웨이 장비에 대한 금지 조치를 취했다"며 "구매를 통해 지게 될 미국의 공공과 민간의 리스크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허가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만든 5G 장비가 미국 통신시설 내에 깔리게 되면 중국 정부가 손쉽게 미국 내 중요 정보를 감청할 수 있다는 명백한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반면 퍼디 최고보안책임자는 화웨이 장비를 미국 정부가 금지한 것은 결국 보호무역주의이며, 화웨이와 경쟁하는 미국 민간 기업들에 결국 손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우리는 민간 기업들이 기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이 옳다고 배우지 않았는가"라며 "화웨이에 대한 공격과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는 결국 누구의 손해인가"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양자에게 일침을 가한 것은 브루스 슈나이더 하버드대 교수였다. 그는 "5G 장비를 어느 나라 기업이 만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미국 기업이 만든 장비라 하더라도 그 속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부품을 다른 나라에서 만들고, 그 속에 백도어 프로그램을 심어 놓으면 충분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서 만든 장비이건 다양한 나라에서 만든 복잡다단한 부품이 들어가는 지금은 화웨이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의 장비를 의심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5G가 보안상 불안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프로토콜이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같은 정부가 시스템을 스파이하기 쉽도록 과거 3G, 4G 프로토콜을 5G로 가져오고 있는데, 정말 화웨이 장비가 걱정된다면 프로토콜을 완벽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상당 기간 기술적 강점을 활용해 다른 나라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통신망 스파이 활동을 해왔다"며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만일 미국이 적국 내에 있는 이동통신망을 염탐하는 것을 원한다면, 거꾸로 이제는 그들도 우리를 염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아예 염탐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아니면 염탐당할 수 있는 위험 속에 살거나, 미국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일갈했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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