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호찌민서 베트남 여성 첫 WBO 아시아퍼시픽 챔피언 등 배출
베트남 언론과 인터뷰하는 김상범 대표 |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베트남은 이제 복싱에 열광할 것입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복싱 도장인 커키버팔로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상범(49) 대표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이 일으킨 축구 열풍에 이어 복싱 인기를 예고했다.
직접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이자 관장인 김 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의 국제 통화에서 "그동안 유럽축구 도박에 빠져 있었던 베트남 젊은이들이 복싱을 좋아할 것이고, 결국 복싱이 베트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캄보디아 펠릭스 카지노 호텔에서 치러진 WBO(세계복싱기구) 아시아퍼시픽 타이틀매치 미니멈급에서 태국의 칸야랏 선수를 물리치고 베트남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른 응웬 티 투 니(23) 선수는 커키버팔로체육관에서 훈련했고, 김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베트남 노동신문 등 언론들은 경기가 끝난 뒤 '복권 팔던 소녀 복서 베트남에 영광을 가져오다' 등의 제목으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투 니 선수의 챔피언 등극을 기점으로 복싱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다음 달 열릴 WBO 세계타이틀 매치에서도 투 니 선수가 챔피언에 오를 것이라고 희망하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투 니 선수를 발굴해 조련한 김 대표도 관심 대상이다. 언론들이 그를 '복싱계의 박항서'라고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 니의 베트남 사상 첫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도전이 베트남에서의 복싱 인기를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장소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만일 호찌민의 응 후엔 후에 광장에서 치러지면 5만 명의 관중이 응원하고, 이 모습이 TV로 생중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투 니의 빅매치를 1966년 김기수 선수가 첫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WBA 주니어미들급)이 된 것에 비유했다. 당시 가난했던 한국은 김 선수의 우승으로 꿈과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김 코치는 투 니 선수뿐만 아니라 4명의 동양 챔피언을 조련하고 있다. 이들이 베트남의 복싱 열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WBO 아시아퍼시픽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에 오른 투 니 선수(가운데)와 기념촬영 |
20년 전 베트남에 진출해 여러 사업을 했던 그는 6년 전부터 복싱인으로 살고 있다. "프로선수는 아니었지만 취미로 복싱을 오래했고, 국내 주먹세계에서 살아본 적은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그는 "한국의 프로복싱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베트남 복싱은 이제 막 시작"이라 판단하고 복싱 체육관을 열었다.
그가 세운 커키버팔로체육관은 베트남 최대 규모다. 지상 4층, 연면적 900㎡ 규모로, 정규시합을 할 수 있는 복싱링과 이종격투기장이 있고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직원 30명에 소속 선수는 9명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공연장을 겸하는 복싱체육관을 또 세울 것"이라며 "복싱이 베트남의 인기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달 그의 분투를 격려하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하노이로 초청했다. 이 소식은 베트남의 주요 언론에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됐다. 유명우, 홍수환 선수 등도 그를 응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폼 잡는 것, 쉽게 돈 버는 거, 이런 거 이제는 관심 없다. 젊은이들이 이런 겉멋에 빠지는 것도 반대한다"며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게 복싱"이라고 털어놓았다.
박항서 감독은 김 코치 소속 선수들을 하노이로 불러 격려했다 |
김 대표가 세운 체육관에서는 정식 시합도 열린다 |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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