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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트럼프 “입국제한 두어 나라 살피는 중… 곧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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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부서 ‘경로 불명’ 코로나 19 환자 3명으로 증가/ 백악관 “휴교·대중교통 중단 가능성”

세계일보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반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일부 나라에 대한 입국 제한 등 추가조치를 곧 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날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격상한 만큼 다음 조치는 4단계인 ‘여행 금지’나 해당 국가로부터의 입국 제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가 이틀 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올린 상황이라서 추가조치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美 추가조치 “두어 나라, 곧 결정 내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여행 금지(입국 제한) 국가들을 확대할 것인가. 예를 들어 이탈리아랄지…’라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당장 그것을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조금 불균형적으로 높은 숫자를 가진 두어 나라, 몇 개 나라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그 결정을 곧(very soon)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미국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나라로부터의 여행자 입국을 금지할지에 대하여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해 확진자 수가 15명에 머물고 있다”면서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그것은 비교적 심하게 감염된 일부 나라를 상대로 우리나라를 폐쇄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의 달 행사 연설에서도 지난 26일 기자회견 당시 언급한 존스홉킨스대학 연구 보고서를 거론, 미국에 이어 영국,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태국, 스웨덴, 덴마크, 한국, 핀란드 순으로 돼 있는 ‘유행병에 대비가 잘 돼 있는 나라’ 순위를 나열한 뒤 “이들 가운데 두어개 나라는 상당히 세게 타격을 입었다. 특별히 한국과 이탈리아”라고 두 나라를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가거나 그곳에서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자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적절한 때에 우리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시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美 지역사회 감염 우려 확산...서부서 ‘경로불명’ 확진자 3명

미 서부 지역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와 오리건주에서 해외여행이나 확진자와의 접촉이 없었는데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각각 한 명씩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이틀 전인 26일 캘리포니아 솔라노 카운티에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감염 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가 나온만큼 서부에서만 3명의 감염불명 확진자가 나온셈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공중보건국은 이날 여성 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환자는 “여행이나 이미 알려진 감염자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한 바이러스 노출이 없다”고 밝혔다. 고령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 여성은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샌타클래라 카운티 공중보건국 세라 코디 국장은 “이번 사례는 (코로나19의)지역사회 전파 증거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확산 정도는 분명하지 않다”며 “이제 우리는 이 질환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바로 위의 오리건주에서도 처음으로 감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리건주 서부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 환자는 병원에 입원 중이며 한 초등학교에서 사람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진단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가며 국지적으로 퍼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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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회원들과 가진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백악관 “코로나19에 휴교·대중교통 중단 가능성”

미 백악관은 이날 코로나19와 관련해 학교 휴교 및 대중교통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날 미국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 행동 회의’(CPAC)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학교 휴교 및 대중교통 중단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여러분은 일부 학교가 휴교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인가? 아마도”라며 “여러분은 대중교통에 대한 영향을 볼지도 모르는가? 정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멀베이니 대행이 코로나19가 학교 폐쇄와 대중교통 변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그러나 “여러분이 그것(코로나19)에 대해 왜 못 들어봤는가. 언론이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고 사기극을 보도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보도에 사로잡힌 나머지, 코로나19에 대해 소홀히 다뤄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멀베이니 대행은 아울러 언론들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것(코로나19)이 진짜인가? 그것은 명백히 진짜”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며칠 전 말한 것을 보았는가. 독감이 진짜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만 일 년에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5000명에서 6만9000명에 달한다”고 언급한 것을 강조한 것이다.

멀베이니 대행은 “행정부가 잘 준비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질병보다 치사율이 낮은 점을 들어 덜 심각하다는 주장도 폈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앞서 미 언론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격리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한 미 보건당국 의료진이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검사 등을 마치고 일반 대중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전날 보도했다.

한편, 구글은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 4개국에 대해 직원들의 출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경제매체 CNBC가 이날 보도했다. 구글은 이미 직원 중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구글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버도 이날 직원들에게 중국 본토와 이란 전역, 그리고 한국과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 출장을 제한했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미국 내 출장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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