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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반대에도 99% 통과…실속 없는 주주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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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미리 보는 2020 정기주총]<5>국민연금 주주권 '찻잔 속 태풍' 지적…ETF 시장은 새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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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결정되며 총회가 끝난 뒤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총회장을 떠나고 있다. 2019.3.27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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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에서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으로 지난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했던 국민연금은 올해 더 적극적인 활동이 예상된다.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됐던 일명 '5%룰'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고,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의 99%는 통과됐다. 실제론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이다. 올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일부를 위탁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해 지난해보다 응집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반대 안건 '99%'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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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560개 기업 3949개 안건에 대해 찬성, 반대 의사표시를 했다. 찬성이 3301건(83.6%), 반대가 648건(16.4%)로 반대율은 11.9%를 기록했던 2018년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각 기업의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면서 반대 비율도 올라간 것이다.

이사보수 한도에 관한 반대가 233건으로 전체 반대 안건의 36%를 차지했다. 이사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사외이사 선임이 133건(20.5%)으로 그 뒤를 이었고 △정관변경(91건) △감사위원 선임(70건) △사내이사 선임(50건) 등에도 높은 빈도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고, 실제 부결되면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의도대로 되지 못했다. 반대 안건 중 실제로 부결된 안건은 11건뿐이었다. 이중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부결 4건을 제외하면 실제로 국민연금의 의사가 반영된 것은 7건에 불과했다. 반대 안건의 99%는 경영진의 의사대로 처리된 것이다.

올해는 5%룰 완화로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예상되지만 실제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5%룰이란 상장사 지분 5% 이상 보유 주주는 투자목적을 '경영참여' 혹은 '단순투자' 중 하나로 밝히고 지분 변동시 이를 공시해야 하는 제도다. 지난해 이 규정이 완화되면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하면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보고 의무에서 일부 자유로워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LG화학 등 56개 기업에 대해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사전작업이다. 그런데 이 56개 기업 중 국민연금은 28개 기업 48개 안건에 반대 표시를 했는데, 부결된 건 대항항공 안건 1개 뿐이었다.


국민연금-위탁 운용사 다른 목소리…응집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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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의사 반영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원인이 크다.

특히 국민연금의 자산을 위탁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운용할 때 일부는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한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이 맡긴 돈을 굴리는 한편 자기 계정에 있는 돈도 운용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어도 위탁 운용사는 자기 계정 투자분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안건에 위탁 운용사가 똑같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올해는 위탁 운용사가 국민연금의 자산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의결권 응집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커지는 ETF 시장…주총 새 변수

최근에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주총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상장시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주식형 ETF(현물 기준) 자산은 35조6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가 증가했다. 이는 국내 공모 주식형 액티브 펀드 규모(22조7542원)를 10조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ETF도 펀드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ETF로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사례가 많고 국내에서도 삼성, 미래에셋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기타 펀드에 비해 특별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지는 않다"며 "다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전반적으로 해외에 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ETF가 규모에 비해 영향력이 적다고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TF 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안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주요 ETF 운용사가 국민연금과 같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질 수 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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