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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文대통령, '기생충'팀 靑 초청 오찬… 김정숙 여사가 만든 '짜파구리'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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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봉 감독 등 '기생충' 제작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기생충' 사회의식에 공감, 불평등 해소가 국정목표인데 성과 안 나 애타"
봉 감독 "나도 '한 스피치' 하는데 대통령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에 충격"
오찬 메뉴로 김정숙 여사가 만든 '짜파구리'도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씨 등 영화 '기생충' 제작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4개 부문 수상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그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께 큰 자부심이 됐고, 많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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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스카는 세계 최고 영화제이지만 로컬(지역)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서 비(非)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했다. 이어 "'기생충'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우수하고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문화예술산업 분야 저변이 아주 풍부하고 두텁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화예술계에도 '기생충'이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고, 제작 현장이나 배급·상영·유통구조에서도 여전히 불평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제작사가 표준 근로시간제, 주52시간 근로 등이 지켜지도록 솔선수범했다"며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 의식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난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았는데, 반대도 많이 있고 속시원하게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정숙 여사가 만든 '짜파구리'도 나왔다. 짜파구리는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것으로 '기생충'에 등장한다. 문 대통령은 "제 아내가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기도 했다.

봉 감독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에서 많은 시상식에 갔지만 지금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의 4분의 1 정도의 스피치도 프롬프터를 보면서 했다.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 미국의 배우들도 그렇다. 어떻게 하시는 것인가. 의식의 흐름이 궁금하다"며 "너무 조리있고 정연한 논리의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해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최우식 씨 다 '한 스피치(연설)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대통령이)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언급을 하고,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라고도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씨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봉 감독 등은 사전환담 장소인 충무전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로 재학 중에 봉 감독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다.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봉 감독은 웃으면서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주고 했다"고 했다. 육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식을 찍어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장하자 봉 감독은 아역배우인 정현준 군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자세를 낮춰 정 군과 악수했고, 다른 배우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촬영을 마치고 나서부터 대장정이었죠"라며 "꿈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에 봉 감독이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여기 오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축전 보내주신 것도 잘 받았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했고,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했다. 이에 봉 감독은 "즉석 퀴즈를 내드리겠다"며 출연진 중 한 명의 극중 배역을 묻고 김 여사가 맞추기도 했다. 배우 송강호 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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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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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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