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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69원 vs 56원… 한수원의 월성1호 고무줄 전력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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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을 축소·조작한 증거가 또 나왔다. 한수원이 회사 예산서에서 밝힌 전력 판매 단가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 보고서의 전력 판매 단가를 20% 가까이 낮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과소평가를 위해 월성 1호기가 생산·판매할 전력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9월 국회가 감사원에 요구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 감사 결과 발표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 왜곡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어 감사원 감사 결과가 주목된다.

"조기 폐쇄 위해 전력 판매 단가 낮춰"

18일 미래통합당 정유섭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2018년도 예산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 12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2018년 원전 판매 단가가 킬로와트시(kWh)당 68.7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예산서를 승인했다. 그러나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근거로 삼은 2018년 6월 삼덕회계법인 최종 보고서에는 판매 단가가 55.96원으로 축소됐다. 불과 6개월 전 이사회 의결까지 거친 판매 단가를 13원가량 확 낮춘 것이다. 삼덕회계법인의 최종 보고서에선 판매 단가가 2018년 55.96원→2019년 52.67원→2020년 51.41원→2021년 48.78원→2022년 48.78원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가정했다.

조선비즈

월성 원전 1~4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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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수원은 2018년 예산서뿐 아니라 2019년과 2020년 예산서에서도 판매 단가를 각각 kWh당 64.77원과 63.17원으로 산정했다. 3년 내리 판매 단가를 모두 63원 이상으로 산정한 것이다. 실제로 2015~2017년 3년간 평균 판매 단가는 63.8원에 달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경제성 평가는 2021년까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분석해야 하므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활용한 것"이라며 "예산서는 1년간의 단기적 예측이므로 중장기 예측에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란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이사회 의결까지 거친 판매 단가를 임의로 낮춰 경제성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역사로부터 중간·주간보고 받아

당초 7000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해 2022년까지 계속 가동키로 했던 월성 1호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조기 폐쇄로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고, 경제성 평가는 계속해서 축소·은폐됐다. 2018년 3월 한수원 자체 분석 보고서에선 계속 가동이 3707억원 이득이라고 했지만, 두 달 뒤인 5월 삼덕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에선 계속 가동 이득이 1778억원으로 줄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 3자 회의 뒤에는 계속 가동 이득이 2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를 위한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 전망치는 계속해서 낮춰졌다.

한수원과 정부는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 등 경제성 조건 변경은 용역사 결정일 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중간 보고서가 없다고 국회에 보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수원과 삼덕회계법인이 맺은 용역설계서엔 중간보고와 주간보고를 명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설계서에 따르면 "계약 상대자(삼덕회계법인)는 용역 범위에 해당하는 상세 내용을 포함한 중간 보고서를 용역 착수 1개월 이내에 제출한다"고 명시했다. 또 "계약 상대자는 용역 수행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주간 진도 보고서를 매주 1회 제출해야 한다"고도 적시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계법인은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 대해 의견을 구했고, 저희가 설명을 해줘서 받아들인 것이 전부"라고 썼다. 이어 "회계법인이 2001~2017년 평균 수치를 활용해서 (원전 이용률) 70%를 썼고, 우리 실무자들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 환경을 고려해서 3년 평균, 5년 평균, 10년 평균이 모두 60%에 근접한다고 설명하자 60%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바꾼 것"이라고 썼다. 한수원이 사실상 조건 변경을 요청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한수원은 용역설계서에서 "계약 상대자는 용역을 수행함에 있어 발주자의 업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용역 수행 방법을 적시했다. 삼덕회계법인은 중간과 최종보고서에서 "회사(한수원)에서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성 평가 업무를 수행했다"며 "제시 자료에 대한 증빙 확인 및 외부 조회 등 제시된 자료의 진위 및 적정성 확인을 위한 적극적인 절차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한수원이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썼다고 설명한 것이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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