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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터널사고 사망자 4명으로…유독가스 속 스프링클러 등 없어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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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사매2터널에서 다중 추돌사고

43명 부상…터널 길이 1㎞가 안 돼 방재시설 설치 의무 없어

전문가들 “人災…설비 설치 가이드라인에 천착해서는 안 돼”

헤럴드경제

지난 17일 낮 12시23분께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상행선 전북 남원 사매2터널에서 탱크로리가 쓰러져 화재가 발생, 차량 수십 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CCTV에는 사고 당시 빙판길에 미끄러진 트레일러 등 차량 6∼7대가 터널 내 1·2차로에 뒤엉킨 모습이 포착된다. 경미한 접촉 사고 뒤 뒤따라온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넘어지며 순식간에 이들 차량을 덮치면서 큰 사고로 번진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4명이 숨지고 43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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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사매 2터널 다중추돌사고의 피해 심화 원인은 법적 기준에만 몰두해 설치하지 않은 터널 내 환기 시설, 스프링클러 등 안전설비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10분께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에 얽힌 차량 인근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오전 10시 현재 4명의 사망자와 4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상자 중 중상은 2명, 경상은 41명이라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지난 17일 오후 12시23분께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상행선 전북 남원 사매2터널에서 25t 탱크로리, 트레일러, 화물차량 등 30여 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사고 당시 CCTV에 따르면 트레일러 등 차량 6~7대가 터널 내 1·2차로에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가성소다를 실은 25t 탱크로리가 이를 덮쳤다. 이후 질산 1만8000ℓ를 실은 24t 탱크로리까지 사고가 나면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탱크로리가 터널을 완전히 가로막은 채 발생한 화재에 질산 유출까지 겹치면서 사고는 더욱 커졌다.

현장 목격자들과 전문가들은 폭설 속에서 터널 안팎의 도로 결빙(블랙아이스)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더욱이 사고가 난 사매2터널에는 유독 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환기시설이나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도로·터널 방재 시설 설치 관리 지침에 따르면 1㎞ 미만의 터널의 경우 소화전 설비, 물 분무 시설, 제연 설비, 자동 화재 탐지 설비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길이가 710m에 불과한 사매2터널도 마찬가지로 스프링클러 등의 시설이 없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사매2터널은 기준인 1㎞가 안 돼 환기 시설이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고 소화기만 설치돼 있다”며 “우선 사고 수습을 마친 후 관련 기준 등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전 10시부터 현장 점검과 피해 조사 등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법적 기준에 천착한 인재(人災)’라는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기는 사람이 사용을 해야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수동식 설비지만 스프링클러, 물 분무 소화 설비는 자동식 소화 설비”라며 “우리나라 소방법의 문제는 법적 기준에 의해서 소방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기준이 1000m 기준 이상인 경우에만 이런 시설을 설치하라고 하면 1000m 이상에만 설치한다”며 “가이드라인은 최소 기준에 불과한 건데 이를 지키기만 하면 안전이 확보된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도 “이번 사고가 여태껏 본 것 중에 최악”이라며 “터널은 일반 건물과 달라 밀폐돼 있고 고립되기 쉬워 대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재가 발생하면 그러한 조건들이 소방에서는 힘든 조건이 된다”며 “터널은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극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다시 잡아 설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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