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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서 그게 할 소리냐" 親文, 반찬가게 주인까지 신상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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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문때 "경기 거지같아요"

친문, 인신공격·불매운동 부추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國政) 운영에 거슬린다고 판단되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보는 강성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흔히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재인)' '문빠'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근 우한 폐렴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생업이 더 어려워진 한 전통 시장의 반찬가게 주인을 상대로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가했다. 서민(庶民)의 언어로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한 게 문 대통령에 대한 '불경(不敬)'이라는 이유였다.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전통시장을 들렀던 문재인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 반찬가게를 찾아 상인에게 인사한 뒤 "(경기가)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상인 A씨는 "거지 같아요. 너무 장사 안 돼요"라면서 "어떻게 된 거예요. 점점….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한 지상파 방송은 해당 동영상을 회사 유튜브 계정에 공개했고, 친문 지지자들이 이와 연결된 인터넷 주소, 영상 캡처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게시판에 퍼 날랐다. 친문 지지자들이 상인 A씨를 자신들의 '공격 좌표'로 설정한 것이다.

조선일보

17일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전통시장에서 반찬 가게 주인 A씨가 손님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다.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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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아줌씨가 마음이 고약하여 잃을 게 많아 보인다" "손님 없는 당신 안타까워 들르신 곳. 이 집은 나도 안 간다"는 댓글이었다. 사실상 '불매 운동'을 충동질하는 내용인 셈이다. A씨 신상도 털렸다. 그가 운영하는 반찬가게 상호명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도 댓글을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이 집은 평생 안 간다"며 영상 캡처를 올린 소셜미디어에는 631명이 마음에 든다며 '♡(하트)'를 눌렀다. A씨는 본지 취재에 "며칠 전부터 '발신자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4~5통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면서 "보이스피싱일까 봐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밤 11시에도 전화가 오더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에 대해 의견을 말할 자유도 용납하지 않는 행태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이 같은 행태는 문 대통령 이미지에도 해(害)가 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10년간 아산의 온양온천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다가 작년부터 반찬 가게를 시작했다. A씨는 "우한 폐렴 탓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다녀가신 후로 일주일간 손님이 더 떨어진 것 같다"며 "며칠 전부터는 재료 값을 못 댈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지인이 악플을 보여줘 상황을 알게 됐다는 A씨는 "장사가 안돼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며 "사람 만나는 게 무섭다"고 했다.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도를 넘은 행태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최근 개그맨 이용진씨는 작년 2월 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지칭한 캡처 사진이 퍼지면서 공격 대상이 됐다. 한 게스트를 'MC계의 대통령'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문재인씨 얘기하시는 거예요?"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친문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어떻게 문재인씨라고 부르냐"고 비난을 퍼부었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한 영상제작업체는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수상 이후 문 대통령의 축전(祝電)을 비판했다가 친문 지지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업체 대표가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대통령 축전에 대해 '국제영화제는 기록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 회사 제품) 절대 사지 말자" "망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달 부산고검 청사 앞에는 '조국 수사'를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옮긴 검찰 간부를 조롱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 검사 좌천됨을 환영합니다' 등의 내용이었다.

반대로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사람에게는 '찬양 릴레이'로 보답했다. 우한 폐렴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던 지난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꽃집 주인 김모씨는 시장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대통령님이 잘해주셔서 마음은 편해요"라고 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는 '사장님 마음이 꽃향기'라는 '찬양'이 이어졌다. 꽃집 홈페이지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 한때 다운됐고 20여명이 실제 방문해 꽃을 샀다고 한다. 김씨는 "대통령께 한 말을 듣고 감동했다며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산=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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