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전화 전시장 외벽에 5G 광고가 붙어있다. 이통사들은 올해부터 5G 본격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콘텐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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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본격적으로 5G(세대) 서비스에 나서면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5G 킬러 콘텐트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통 3사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며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는 없고, 요금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이통 3사는 AR과 VR 콘텐트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5G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동영상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이통 3사가 '5G 시대'를 대대적으로 알려왔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동영상 외에는 마땅히 소비할 콘텐트가 없었다.
실제로 최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20 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5G 가입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한 콘텐트는 동영상이었다. 5G 이용자 1인당 넷플릭스·웨이브·왓챠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리케이션을 3.5개 사용하고, 5G 이용자 2명 중 1명꼴로 OTT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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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가입자 확대 위해 '동영상 그 이상의 콘텐트' 필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G 서비스 가입자 수는 467만여명이다.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6889만명) 중 15% 수준이다. 이를 올해 안에 30%까지 끌어올리는 게 이통사들의 목표다. 이를 위해 이통사들은 AR·VR과 같은 '실감형 콘텐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5G의 특징인 초저지연·초고속·초연결을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 분야에 향후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5년간 투입한 예산 대비 2배 증가한 규모다.
콘텐트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도 속속 개설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U+ AR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4K 화질의 동시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30대와 전용 서버 45대, 촬영용 특수 조명 등을 갖췄다. 360도 입체 촬영 제작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8i'와 제휴해 고품질 AR콘텐트 제작을 위한 전용 솔루션도 도입했다. 올 상반기에 '제2 스튜디오'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르면 3월 AR과 VR을 혼합한 복합현실(MR) 제작 시설인 '점프 스튜디오'를 연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국내 계약을 통해 'MR 캡처 스튜디오' 기술을 도입했다.
LG유플러스가 예림당이 출판한 초등학생용 학습만화 'Why?' 시리즈를 3차원 가상현실 콘텐트로 제작해 6일부터 무료로 제공한다. [LG유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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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R 콘텐트로 체험학습, 어학 교육
현재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AR과 VR 등 실감형 콘텐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육 분야다. 실제 경험하기 어려운 우주나 바닷속을 가상체험하면서 현장감·몰입감을 높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교육부와 협업해 AR·VR 기술로 견학·체험 학습을 하는 실감형 교육 모델을 만들었다. 교과서에 게재된 문화재나 지역 명소, 동·식물을 가상 체험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블러스와 VR을 이용한 어학 콘텐트 '스피킷'을 내놨다. 전용 안경 등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면 눈앞에 외국의 레스토랑, 공항, 회의실 등 가상 상황이 펼쳐진다. 가상현실 속 등장인물과 영어로 대화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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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영상으로 아이돌 가상만남, 스마트폰으로 콘솔게임
둘째, 게임이나 스포츠·공연 관람 등 즐길거리다. 김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이사(매니어마인드 대표)는 "AR·VR 콘텐트 중 가장 대중화된 영역"이라면서 "지난해까지는 얼리어답터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놀이터'였는데, 지금은 패스트팔로어들이 '나도 해봐야겠다'고 문을 두드리면서 저변이 넓어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KT는 360도 3D-8K VR로 아이돌 공연 무대를 구현한 '가상형 실감음악 VP 앨범'을 출시했다. 기존 VR 콘텐트의 해상도보다 5배 높은 150만 픽셀의 초고화질 영상을 360도로 제공한다. 아이돌 멤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거나 무대 반대편에서 퍼포먼스를 즐길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MS콘솔 '엑스박스'의 고화질·대용량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진행할 수 있다. 넥슨·픽셀리티게임스와 협업해 '크레이지월드 VR'이라는 'VR 게임'도 공동개발했다. 한 공간에서 50명이 동시에 사격·양궁·테니스·볼링 등 4종의 미니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팝 가상현실(VR)존에서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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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영상으로 스트레스 풀고, 환자들은 고통 잊기도
마지막은 힐링·명상 등 정서적 영역이다. SK텔레콤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협업해 30~40대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힐링 VR 영상 '마인드풀니스' 12편을 제작했다. HMD 기기를 쓰면 평화로운 자연경관과 잔잔한 배경 음악이 나온다. 성우의 안내 멘트에 따라 명상에 들어갈 수 있다. 최수미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R·VR 콘텐트의 특징이 강한 몰입"이라면서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아픔을 잊게 하거나, 우울감이 심한 환자에게 안정감과 즐거움을 주는데 실감형 콘텐트가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시청에서 한 참가자가 뇌 기능을 활성화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가상현실(VR) 게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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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장비 열악, 정서적 부작용 우려도
이처럼 이통 3사가 AR·VR 콘텐트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일 이사는 "5G도 중요하지만, HMD 하드웨어의 수준과 가격이 현실화돼야 한다"면서 "아직 HMD 장비 수준이 열악하고, 가격도 비싸다. 기술적으로는 사용자들이 느끼는 멀미감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AR·VR 콘텐트의 강한 몰입감과 현실감으로 인한 관계단절·현실도피 등 정서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새로운 IT 기술은 양날의 칼인 만큼 대중화 이전에 각 분야 전문가와의 논의가 충분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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