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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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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일 핵보유국된 프랑스…마크롱 "유럽안보 새전략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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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학교 연설…"유럽, 美에 안보 과도한 의존 안 돼"

"프랑스, 핵탄두 300기 이하로 축소…유럽, 군비축소 논의 주도해야"

프랑스, 브렉시트로 EU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남아

연합뉴스

7일 파리군사학교에서 프랑스군 장성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 안보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새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핵보유국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군비경쟁 가능성 등 변화한 안보 환경에서 프랑스가 향후 유럽 안보에 보다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파리 군사학교(에콜밀리테르) 연설에서 핵 군비경쟁 가능성을 놓고 "유럽이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군비축소 논의에 유럽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은 법적 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유럽 영토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재래식 무기의 군비경쟁이 재현할 수 있음을 공동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거리 핵무기의 개발을 제한할 새 협정 체결이 시도될 경우 유럽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이 언급한 '법적 체계 미비'는 미국과 러시아가 1987년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잇달아 파기하면서 강대국 간 핵 군비경쟁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을 뜻한다.

마크롱은 또 프랑스는 이미 핵탄두 보유량을 300기 이하로 감축했다면서 "이는 프랑스가 다른 핵보유국에 구체적인 군비축소 조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 안보를 위해 프랑스가 EU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핵 억지력의 역할에 대해서도 유럽국가들과 전략적 논의를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핵보유국인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이탈(브렉시트·Brexit)하면서 프랑스가 유럽연합 유일의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프랑스의 유럽 안보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마크롱은 프랑스는 유럽의 장기적인 관점의 안보가 미국과 강한 동맹에 의존하고 있음을 여전히 확신한다면서도 "우리의 안보는 유럽의 자율적 행동 능력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7일 파리 군사학교에서 장교들과 대화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는 미국에 유럽의 안보를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전통적인 유럽의 안보 보장자의 역할에서 후퇴하는 기류 속에 핵 군비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유럽이 군비축소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자체 방위능력의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크롱은 취임 후 유럽 안보를 더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2017년 9월 소르본대 연설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안한 데 이어, 작년 7월에는 유럽 안전보장회의 창설과 유럽 방위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크롱의 이런 행보는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뒤 대서양동맹(유럽과 미국의 군사동맹)에 균열이 오면서 유럽이 미국을 파트너로서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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