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년 연속 러브콜 1위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반도체 ‘투톱’에 대한 펀드매니저들 신뢰는 탄탄하다. 올 들어 연이어 신고가를 갈아치웠던 삼성전자의 편입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158명으로 가장 많다. 4년 연속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업황 악화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39조9824억원으로 지난해(27조7685억원)보다 약 4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메모리 공급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평균 판매단가 상승이 반도체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202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D램 14조4000억원, 낸드 8조5000억원 등 2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1분기(추정치 6조4000억원)부터 분기 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이익은 2분기부터 5조원에 근접하며 삼성전자 실적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를 펀드에 담겠다는 펀드매니저가 120명으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영업이익(7조2683억원)이 지난해 전망치(약 2조9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이 지난 4분기부터 서버 D램 주문을 대폭 늘렸고 D램 생산업체들과 올해 물량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포착된다”며 SK하이닉스가 글로벌 IT 업체 대비 저평가됐다는 주장을 폈다. 최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단,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종 주가가 업황 회복 기대감을 선반영해 다소 빨리 올랐다는 신중론도 제기한다.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숨 가쁘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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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수혜 SKT 눈길
▷삼성전기, MLCC 반등 효과
반도체를 제외한 IT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기를 편입하겠다는 펀드매니저가 29명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는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업황 부진에 시달리며 주가가 크게 밀렸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회로에 공급하는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스마트폰, TV, 전기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들어간다. 그러나 MLCC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 정보기술 업체의 수요가 줄면서 업황이 급격히 꺾였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부터 MLCC의 이익률 턴어라운드가 시작되며 이익 기대감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제기돼온 바닥 신호에 이어서 올해부터 수요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애널리스트는 “MLCC의 수익성 회복 속도가 낮은 편이지만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좀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5G 수혜주로 꼽히는 SK텔레콤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도 24명으로 나타났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19명으로 비중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SK텔레콤은 올해 5G 가입자 증가에 따른 이익 개선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의 이익 증가도 기대된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9년 5월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의 합병을 신청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가 완료됐다”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은 향후 5년간 콘텐츠 투자에 약 4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콘텐츠 경쟁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도 8명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양 고급화 추세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카메라 모듈 부문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3D 센싱과 트리플 카메라 등 카메라 모듈 부문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추가적인 경쟁자의 진입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재 잇따르는 네이버
▷테크핀 변신 카카오 주목
네이버와 카카오를 주목하는 펀드매니저도 다수다. 네이버를 사겠다는 펀드매니저는 38명으로 팔겠다는 응답자 20명보다 많아 비중 확대에 무게가 쏠린다. 국내 대표 테크기업 네이버는 금융업 진출에 이어 야후재팬과의 경영 통합 등 굵직한 호재가 잇따랐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야후재팬과 경영 통합 시너지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경영 통합을 통해 네이버에 반영되는 기업가치 증가분은 3조~4조원으로 파악된다”며 “장기적으로는 마케팅 경쟁 감소와 사업 영역 고도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실적 전망 또한 밝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에 대해 “2020년에도 국내외 사업 모두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24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카카오는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20명이다. 기존 카카오 플랫폼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핀테크 등 신규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간편결제 업체 카카오페이가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 1월 2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상반기 카카오페이지, 하반기 카카오뱅크 등 핵심 자회사 기업공개(IPO)가 기대되는 점도 호재다.
▶포스코·롯데케미칼 냉담한 시각
▷실적 먹구름 은행주, 매력 없어
철강 업종 대장주 포스코는 비중 축소(52명) 의견이 비중 확대(15명)를 크게 앞선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철강 경기 둔화 우려가 눈높이를 끌어내렸다. 철강 가격이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종 전망 또한 좋지 못하다. 롯데케미칼은 편입 비중을 줄이겠다는 펀드매니저가 33명으로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6명)보다 훨씬 많다. 석유화학 업종은 미국의 신규 에탄분해시설(ECC) 완공에 따른 폴리에틸렌(PE) 수출 확대가 공급 부담으로 작용했고 2018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부진도 걸림돌이다. 이란 제재 이슈 등으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원가 부담 또한 커졌다.
‘만년 저평가’ 은행주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KB금융(확대 3명, 축소 18명), 하나금융지주(확대 1명, 축소 3명) 등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보였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4호 (2020.2.5~2020.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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