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 브렉시트 협정 비준 투표가 끝난 뒤 손을 맞잡고 노래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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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선 안돼.”
지난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건물 안에 스코틀랜드 전통 노래인 ‘올드 랭 사인(석별)’의 첫 소절이 울려 퍼졌다. 이틀 뒤 있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법적으로 매듭짓는 협정을 비준한 의원들이 영국과의 작별을 고하는 의미로 합창을 시작한 것이다.
영국은 EU와 이별하게 됐지만, ‘함께 자란 친구’를 바로 잊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국 BBC방송은 30일 브렉시트 이후 달라지는 7가지와 달라지지 않는 7가지를 정리해 보도했다. 영국은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1일 오전 8시) EU를 탈퇴하게 된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지 47년만이다. 당장 유럽의회 건물 내 각 기구에 내걸렸던 영국 국기가 내려지고, 영국에 할당된 73석의 유럽의회 의석은 사라진다. 2016년 영국 내각에 신설됐던 브렉시트부는 폐지되고 향후 협상은 총리실이 담당한다. 여권 색상도 1988년 이전의 진청색으로 바뀐다. 연말까지인 EU와의 협상 기간에 사용될 50펜스(약 780원)짜리 브렉시트화도 새로 발행된다.
50펜스짜리 브렉시트화에 '평화, 번영, 모든 국가와의 우정'이라고 적혀 있다. 동전 하단에는 브렉시트가 본격화한 날짜인 '2020년 1월 31일'이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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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연말까지 운전ㆍ해상 교역ㆍ여행 등은 이전과 똑같을 전망이다. 현재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 구간에선 매일 1만1,000대 가량의 차량이 오간다. 주민은 물론 반려동물의 이동도 여전히 자유롭다. 또 EU 회원국을 여행할 때 공공병원에서 저렴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럽건강보험카드(EHIC)도 당분간은 사용할 수 있다. EU 내 거주ㆍ근무 여건 등도 연말까지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EU와의 무역 및 외교안보 관련 협상이 불발되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오랜 친구’와의 이별은 가혹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EU 회원국으로서 누려온 혜택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과 수입에서 EU 의존도가 각각 45%, 53%에 달하는 영국으로선 관세 문제가 큰 부담일 수 있다.
물론 EU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내년부터는 EU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3%, 12% 감소하게 된다. 현재 영국(11.88%)이 독일(20.78%)과 프랑스(15.58%) 다음으로 많이 내고 있는 EU 분담금도 어딘가에서 메워야 할 처지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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