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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부동산 ‘말말말’···피자→주머니→안정→원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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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생각을 담는다. 한 사안을 두고 같은 인물의 발언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 상황의 인식 정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의 말은 정책으로 이어진다. 한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그래서 더 강력한 무게감을 가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해 잇따라 발언하고 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총 4번에 걸친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놨다. 금융·세제·청약 등을 총망라한 대책이 4번이니, 각 분야의 후속조치까지 합치면 총 18번의 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은 손에 꼽는다. 주로 취임 초기에 집중돼 있었다. 2018년에도 서울 집값이 급등했으나 문 대통령은 정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서민의 최대 고민거리인 집값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년 기자회견은 대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집값 안정 의지를 확고히 했다. 진보 성향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괄목상대’라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와 달리 부동산에 대한 현실 인식이 정확해졌고 집값 안정 책임감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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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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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잡으면 피자 한판씩 쏘겠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처음 밝힌 것은 2017년 7월27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였다. 문 대통령은 구본준 LG부회장이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려 ‘피자CEO’라는 별명이 있는 것을 이야기하며 “직원 사기 높이는 효과가 있겠네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판씩 쏘겠다”고 말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종합부동산대책인 ‘6·19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정부는 6.19대책에서 경기 광명과 부산 기장 및 부산 진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강화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빠져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6.19대책 이후 잠시 주춤했던 서울과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급등했다. 그러자 정부는 그해 8월 초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강도 높은 8·2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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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입구에 인근 아파트의 매매 및 전월세 시세가 빼곡하게 붙어져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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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대책 주머니 속에 많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8·2대책을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다시 뛸 조짐을 보일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구두경고를 한 것이다.

이후 시장에서는 ‘주머니 속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유력한 주머니 속 대책으로는 보유세 강화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이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유세는 공평과세라든지, 소득 재분배라든지 또는 추가적인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로부터 1년 후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발표, 현재 점진적으로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오는 4월29일부터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포·용산 등 서울 27개동에서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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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안정됐다…부동산 문제 자신있다”

2018년 하반기에도 서울 집값이 급등했으나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대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수장들이 나서 보유세 인상 등 투기 수요 억제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민생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춤하던 서울 집값은 7월 이후 불붙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부동산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너나없이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에게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한 시민의 질문에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현재 방법이 안 된다면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 반드시 가격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이 오히려 안정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이 시장을 보는 시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데다 반성 없는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는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치솟던 때였다. 또 수도권으로 규제가 몰리면서 대전·대구·광주 등 이른바 대·대·광 등 지방에 청약열풍과 같은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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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서울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모습. |이석우 기자


■“급등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돼야”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생각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했던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의 목표에 대해서는 “단순히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원상회복의 기준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3.75% 올랐다. 사실상 현재 수준보다 10% 이상 하락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제·금융·청약제도 등을 총망라한 12·16대책이 고강도 규제책인 데다 최근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잇단 규제 발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민심 달래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정책 의지는 분명하다는 점에서 관망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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