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亞컵 결산] 백조가 된 황인범-나상호, 벤투 선택 물음표→느낌표로

[인터풋볼=부산] 신명기 기자= "대부분의 팬분들이 저를 비판하시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을 통해 더욱 성장할 거라 생각한다. 프로-국가대표 선수에게 대중들의 평가는 숙명이다." - 황인범

황인범과 나상호가 비판 여론을 딛고 동아시안컵서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벤투호 입성 뒤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던 두 선수는 K리거, 아시아권 구단 소속 선수들이 중심이 된 동아시안컵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의 선택에 의문부호를 붙였던 여론의 방향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축구국가대표팀은 18일 저녁 7시 30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3차전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했다. 3전 전승으로 대회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파울로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A대표팀에서 가장 비판 받는 선수들이었다. 나란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두각을 나타낸 뒤 벤투호에 합류했던 두 선수는 1년 사이 달라진 팬심을 가장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 단계 윗 레벨인 성인 대표팀 기량이 아니라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비판을 받는다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 방향은 각기 달랐다. 황인범은 벤투호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원흉으로 꼽혔다. 높지 않은 레벨의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에서 통했지만 성인 대표팀 수준에서 뛰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상호 역시 J리그에 진출한 후 문선민 등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보다 우선적인 선택을 받은 부분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전술과 잘 맞는 선수라며 나상호를 높게 평가했지만 공격 포인트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었다.

동아시안컵 명단에 두 선수의 이름이 포함됐을 때 역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왜 황인범, 나상호를 선발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인범은 나상호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자신들이 왜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는지 증명해냈다. 1차전서 사이좋게 한 골씩 터트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황인범은 사실상 결승전이었던 일본전서 결승골을 넣어 우승 주역이 됐다. 나상호 역시 1차전 골 포함 저돌적인 돌파와 개인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들이 동아시안컵을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대회를 준비해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황인범은 일본전 이후 "이번 대회를 개인훈련을 하면서 준비했다. '스스로 나약해지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말 도태될 수 있는 지름길인 대회가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쉽지 않았지만 더 노력하고 스스로 땀 흘리면서 핑계대지 말자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라는 인터뷰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동아시안컵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두 선수는 벤투 감독의 신뢰를 더욱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유럽파가 다시 합류하는 3월을 앞두고 대표팀 내 입지를 넓혔고 비판 일색이던 여론의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한 두 선수를 중용하는 벤투 감독의 선택도 어느 정도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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