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무실점·세트피스 득점은 긍정적…필드골 1골은 아쉬움
내년 3월 월드컵 2차 예선 5차전 앞두고 재소집
'우리가 챔피언!' |
(부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면서 2019년 한 해의 마무리를 우승 트로피로 장식했다.
벤투호는 18일 막을 내린 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황인범(밴쿠버)의 결승골을 앞세워 '숙적' 일본을 1-0으로 물리치고 '무실점 3연승'을 기록, 일본(승점 6)을 따돌리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 최다인 통산 5번째 우승이자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 에이스'들이 합류하지 못한 데다 김승대(전북)와 김문환(부산) 등이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며 대표팀은 불안한 전력으로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대표팀은 공격력의 부재를 세트피스 득점으로 만회하면서 마침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1996년생 23살 동갑내기' 황인범, 김민재(베이징 궈안), 나상호(FC도쿄)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면서 벤투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번 대회 성과다. 이 대회 득점은 모두 이들 동갑내기의 몫이었다.
EAFF E-1 챔피언십을 끝으로 올해 18차례 A매치(12승 4무 2패) 일정을 모두 마친 벤투호는 내년 3월 2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다시 모이게 된다.
프리킥으로 득점하고 있는 황인범 |
◇ 높이진 세트피스 성공률은 긍정적…필드골은 아쉬움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캘린더에 포함되지 않아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벤투 감독은 최전방 공격진을 국내 K리그와 일본 J리그 선수들로 구성했다.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뽑은 김승대가 홍콩과 1차전 전반전에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며 쓰러졌고, 결국 갈비뼈 미세 골절로 대표팀을 떠나면서 이정협(부산) 혼자 원톱 스트라이커의 짐을 떠안았다.
무뎌진 창의 대안은 세트피스였다.
대표팀은 홍콩과 1차전에서 황인범의 프리킥 결승골과 코너킥 상황에서 터진 나상호의 헤딩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비록 승리했지만 FIFA 랭킹 139위인 홍콩을 상대로 필드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팬들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한 수 아래 전력인 중국전에서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딩 결승골이 나와 1-0 신승을 거뒀다. 역시 필드골은 없었다.
두 경기 연속 필드골이 나오지 않자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지만, 반대로 수비에 집중하는 팀들을 만날 때 최고의 무기인 세트피스 득점력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본과 최종전에서 황인범이 터트린 득점이 이번 대회 유일한 필드골이라는 점은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이는 전방 공격진들이 스스로 무딘 결정력을 발전시켜야 해결이 가능한 터라 벤투 감독의 난제로 남게 됐다.
김민재 헤딩 슛 |
◇ '답답함' 벗어난 다양해진 빌드업 전술…주전조 확정된 포백이 '발판'
벤투호는 홍콩, 중국전에서 기존에 추구했던 빌드업 축구를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수비에 중점을 둔 팀을 상대로 두꺼운 수비벽 앞에서 볼만 돌리다가 역습을 허용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돼 팬들을 짜증 나게 했다.
빌드업의 기본 전재인 정확한 패스와 빠른 공간 침투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벤투 감독은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는 일본전에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내믹함'을 선보였다.
중원 압박과 패스가 좋은 일본을 상대로 대표팀은 전통적인 빌드업 방식 대신 후방에서 일본의 수비 뒷공간으로 향하는 공간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여기에 일본이 볼을 잡으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패스 길을 차단하는 전술을 가동했다.
주세종의 장거리 대각선 패스와 황인범의 볼배급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벤투호는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황인범의 득점 과정도 압박을 통해 볼을 끊어낸 뒤 이어진 빠른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김영권의 악착같은 수비 |
한일전이라는 변수로 선수들의 승리욕이 불태운 측면도 있지만 일본의 전력을 제대로 간파하고 실행에 옮긴 벤투 감독의 전술도 한몫했다. 벤투 감독의 전술 카드가 다양해진 것도 이번 대회의 소득이 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3경기 무실점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김영권(감바 오사카)-김민재의 '붙박이 중앙 수비'가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준 게 무실점의 원동력이다.
벤투 감독은 중원과 공격진은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수비만큼은 부임 초기부터 일관성 있게 김영권-김민재 중앙 수비라인을 유지해왔다. 빌드업이 안정된 수비의 뒷받침이 필수여서다.
후방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벤투 감독은 다양한 전술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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