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점유율에서 46%-54%로 밀려…슈팅은 13-3으로 압도
코치진들과 기념촬영하는 벤투 감독 |
(부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전술의 승리였다. 벤투호가 점유율 대신 기동력으로 '숙적' 일본을 무너뜨리고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연패에 성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대회 3차전에서 전반 28분 황인범(밴쿠버)의 결승 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가위바위보'도 패배를 허용하지 않는 한일전이라는 부담 속에 태극전사들은 비록 1골밖에 넣지는 못했지만 90분 내내 '공격 앞으로!'를 외치는 투쟁심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그동안 벤투호가 보여줬던 전술과는 사뭇 달랐다. 그간 벤투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시작해 중원을 거쳐 좌우 측면이나 중앙으로 향하는 빌드업 축구를 고수해왔다.
후방 빌드업을 통해 볼 점유율을 극대화하면서 유기적인 패스로 상대의 수비벽을 뚫어나가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결정력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팬들의 응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홍콩과 1차전(2-0 승), 중국과 2차전(1-0 승)에서도 빌드업 축구를 고수했지만, 결정력이 따라주지 않아 시원스러운 승리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2경기 모두 필드골 없이 세트피스에서만 3골이 나온 게 더 아쉬웠다.
하지만 일본전은 달랐다. 일본은 중원에서 강한 압박과 패스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허물어뜨리는 축구를 구사한다.
선수들 격려하는 벤투 감독 |
이 때문에 패스 게임에서 일본에 밀리는 것을 잘 아는 벤투 감독은 일본전에 새로운 전술을 꺼내 들었다.
4-1-4-1 전술은 똑같았지만 빌드업 과정을 단순화하면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했다.
말 그대로 '직진 앞으로!'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주세종(서울)은 후방에서 일본의 좌우 뒷공간을 향해 빠른 공간 패스를 지속해서 투입했다.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김민재(베이징 궈안)도 볼을 잡으면 공격적으로 드리블한 뒤 최전방의 이정협(부산), 나상호(FC도쿄), 김인성(울산)을 향해 롱 크로스를 시도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나상호와 김인성이 쇄도하면서 일본 수비진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해서 패스 길을 막고, 볼을 소유하면 곧바로 수비 뒷공간 패스를 넣다 보니 일본의 강점인 중원 압박과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다.
황인범 '한일전 첫 골 주인공은 나야 나' |
벤투호는 홍콩전에서 점유율 83%, 중국전에서 70%를 기록했지만, 일본에는 46%-54%로 밀렸다. 이번 대회에서 상대 팀에 점유율에서 밀린 것은 일본전이 처음이었다.
점유율 대신 중간 과정을 생략한 과감한 패스와 강한 전방 압박을 선보인 벤투호는 전반 28분 일본 진영 왼쪽에서 압박으로 볼을 빼앗은 뒤 김진수(전북)가 드리블에 나서 황인범에게 패스했고, 황인범의 왼발 슛으로 일본을 무너뜨렸다.
볼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한국은 슈팅 수에서 일본을 13-3으로 압도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오랜만에 보여준 벤투호의 시원한 '직선 플레이'에 경기장을 찾은 2만9천252명의 팬도 큰 박수를 보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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