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날개 단 토스, 증권사 설립에도 `청신호`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16일 재도전 끝에 신규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위한 예비 인가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재수 끝에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따내면서 증권사 예비인가 획득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깐깐하다고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음으로써 ‘안정성’을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업 예비인가를 승인한 16일 금융감독원은 “토스가 신청한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 심사가 끝나는 대로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외부평가위원회’를 열어 재차 심사를 맡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외평위는 인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금융투자업규정에는 ‘사업계획 등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평가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애초 증권사 외평위는 불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별도 외평위를 구성·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증권사 외평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외평위와 인적 구성을 달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와 증권사 예비인가 심사는 독립적으로 판단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의결을 기다렸다는 건 오해”라며 “둘을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선을 그었다. 이승건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 설립을 준비한 지 1년 이상 됐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목표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예비인가에서 자본안정성이 공통적인 걸림돌이었다. 토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28억원 중 75%(96억원)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RCPS는 일정 조건을 갖추면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투자자가 언제든 자금을 회수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토스는 지난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에 발행된 RCPS 전량을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시 토스 측은 “RCPS를 통한 자금 조달은 스타트업의 보편적인 방식 중 하나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설립 등을 위해 대주주로서의 자본안정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주식전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대응에 전력을 집중하느라 증권사 예비인가 심사에 필요한 보완자료 제출이 늦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토스가 보완자료를 내는 대로 검토해 심사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금감원 내외부 심사 결과를 토대로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는 예비인가를 내줄지 심의·의결하기 때문이다.

앞서 토스는 지난 5월 투자중개업(증권, 일반투자자 및 전문투자자)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토스가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였다. 이후 토스는 지난 10월 인터넷전문은행에 재도전해 이날 예비인가를 따냈다.

이 과정에 자본 리스크를 불식시켰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나란히 증권사 설립을 도전함에 따라 단기간에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수반되는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익숙한 ‘애드온’(Add-on·추가)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 인가는 종류, 취급상품, 투자자 유형별로 잘게 쪼개져 있는데 토스가 영위하려는 업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기능을 더해가는 식으로 증권업을 전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날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제출한)‘슬로우 성장 모델’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일반투자자 및 전문투자자를 상대로 한 증권 중개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30억원을 넘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되려면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