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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성큼 다가온 스마트 오더 시대…아직도 카페 줄 서니? 나는 테이블서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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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 모 씨는 점심시간이면 지갑 대신 스마트폰부터 챙긴다. 식당 내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지갑이 필요 없을뿐더러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키오스크 1~2대만으로 주문을 받아 점심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식당은 웬만한 맛집이 아니고서는 피한다. 점심식사가 끝날 쯤에는 사이렌오더로 커피를 미리 주문, 스타벅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한다. 김 씨는 “짧은 점심시간에 대기시간만 줄여도 10~20분을 더 활용할 수 있다. 잠깐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고 오면 오후 근무의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문하기 위해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식당 가는 길에 또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클릭 몇 번만으로 메뉴판 없이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키오스크처럼 한 명씩 주문을 받지 않고 장비 임대료도 안 들며 주문 데이터를 통한 개인 맞춤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클릭 몇 번만으로 메뉴판 없이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테이블주문’(좌)과 카카오의 ‘챗봇주문’ 장면. <사진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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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오더 춘추전국시대

▷사이렌오더, 스벅 주문 4분의 1 담당

스마트 오더의 원조는 단연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매장 반경 2㎞ 내에서 방문 전에 주문과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어 혼잡한 시간대에도 편리하게 주문을 할 수 있다. 주문 메뉴가 준비되는 진행 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음료가 완료되면 메시지를 보내주는 진동벨 기능까지 갖췄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사이렌오더 회원 수는 약 560만명. 일평균 전체 주문량의 25%가 사이렌오더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까지 누적 주문 건수는 1억만건이 넘는다.

사이렌오더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스마트 오더 서비스에 나섰다. 네이버, 카카오, NHN,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올 초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하나둘 정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오더’는 이미 입점 식당 3만개를 돌파했다. 배민오더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서비스. 초기에는 이용자에게 테이크아웃(포장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했다. 퇴근하면서 집 근처 식당에 배민오더로 미리 주문·결제를 해놓은 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식당에 들르면 곧장 음식을 받아갈 수 있다. 주문해놓고 가게에서 먹고 가는 것도 가능해지자 내점 고객 이용도 늘었다. 배달의민족 앱을 열고 ‘배민오더’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이용자 현 위치에서 반경 1.5㎞ 내 배민오더 사용 가능 업소를 한눈에 탐색할 수 있다.

네이버는 3개월간의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 9월 ‘테이블주문’을 선보였다.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를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스캔, 주문·결제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몰리는 바쁜 시간대에도 각 테이블에서 동시에 주문할 수 있어 효율적인 주문·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웹 기반이어서 앱을 따로 깔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리하다.

테이블주문 사업을 총괄하는 신응주 네이버 리더는 “아직 가맹점 수, 결제 건수 등을 오픈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 다만 충분히 긍정적인 숫자들을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의 30~40% 이상을 네이버 테이블주문으로 발생시키는 매장도 있고, 재사용 비중이 높아 충분히 성공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페이코는 올 4월 시범적으로 선보인 ‘오더픽’ 서비스를 현장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후 지난 7월 ‘페이코 오더’로 정식 선보였다. NHN페이코 관계자는 “모바일 서비스 활용도가 높은 대학생과 자투리 시간 활용이 중요한 직장인 사이에서 호응도가 높다. 대학생 밀집 지역인 ‘설빙 건대입구점’에서는 페이코 오더를 통한 주문이 전체 주문의 20%를 차지한다. 전체 주문에서 페이코 오더 주문율이 40%에 달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카카오는 QR코드나 웹 기반이 아닌 ‘챗봇주문’을 선택했다. 중소사업자가 별도의 챗봇을 개발하지 않아도 카카오의 챗봇주문에 입점하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챗봇이 여러 선택지를 주면 고객이 매장이나 메뉴를 클릭해 선택하는 방식이다. 올 2월 시작해 현재 100여개 매장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테스트에 참여한 카페의 카카오톡 채널 친구 수가 최대 20배 증가했고, 챗봇주문 재사용률은 최대 70%에 달했다. 현재 대부분 카페 위주로 진행 중이며 식당 등 타 업종으로도 일부 확대 적용 중이다”라고 전했다. 단, 카카오의 정식 서비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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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클릭 몇 번만으로 메뉴판 없이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테이블주문’(좌)과 카카오의 ‘챗봇주문’ 장면. <사진 : 각 사 제공>


▶스마트 오더 확산 전망은

▷수수료 부담 있지만 키오스크 대체

스마트 오더의 장점은 여럿이다.

먼저 고객 입장에서는 줄 서지 않고 미리 주문해서 시간 맞춰 음식을 받아가면 되니 대기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클릭 몇 번으로 주문·결제까지 되니 비대면(언택트) 소통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반응이 좋다. 점주 입장에서도 주문 대기시간 단축으로 회전율이 높아지고 운영자 모드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메뉴나 가격을 쉽게 고칠 수도 있다. 특히 로그인을 하지 않는 키오스크와 달리 고객 주문 기록이 남으니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할인쿠폰 발송 등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고객 리뷰도 남길 수 있어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이나 고객과의 소통이 수월해진다. QR코드가 그려진 스티커만 테이블이나 매장 한쪽에 붙여두면 되니 월 10만원가량 장비 임대료를 내야 하는 키오스크보다도 운영비가 저렴하다. 키오스크를 잘 못 다루는 손님이 있을 경우 대기시간이 더 길어지고 용지가 걸려 작동이 안 되는 등의 문제도 없다. 특히 관광지 상권에서는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쉽고 정확하게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향후 테이블주문을 파파고와 연동해 자동 언어 변환과 결제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스마트 오더가 대중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QR코드 주문이 일반화됐다. 베이징의 버거킹 매장과 커트 전문 미용실 ‘씽커뚜어’는 키오스크 없이 QR코드만 덩그러니 띄워놓고 주문을 받는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씨차(Hey Tea)는 아예 매장 외벽에 가로세로 50㎝에 달하는 대형 QR코드를 붙여놨다. 주문을 위해 매장 안에 들어올 필요도 없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 오더의 단점은 무엇일까.

일단 스마트 오더를 이용할 경우 점주는 기존 카드 수수료에 추가 결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초기여서 업체별, 가게 매출 규모별로 수수료율은 제각각이지만 기존 카드 수수료에서 0.2%포인트 안팎 더 부과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를 없애고 스마트 오더만 이용하면 부담이 크지 않겠지만, 스마트 오더가 정착하기까지 키오스크와 병행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키오스크 사용도 아직 생소한 중장년층에게는 다소 복잡한 스마트 오더 사용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QR코드 확산 초기에 신종 금융 사기가 빈발했던 중국 사례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오더용 QR코드에 자신의 계좌로 입금되도록 한 QR코드를 덧붙여 엉뚱한 결제가 이뤄지게 한 것. 중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QR코드 결제 시 ‘현재 OO가게에서 결제하고 있습니다’ 식의 안내 음성이 나오도록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장차 스마트 오더가 키오스크를 대신하는 새로운 주문·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간 네이버를 포함한 많은 회사에서 오프라인 결제에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여러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확실하게 시장에 안착했다고 판단되는 서비스는 없었다. 실제 결제 과정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플라스틱 카드 대신 온라인 결제를 사용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 오더는 주문까지 연계해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써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스마트 오더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

신응주 리더의 생각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8호 (2019.12.18~2019.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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