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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중 무역 휴전에 WTI 60달러 돌파…정유·화학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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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단계 무역합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6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저유가에 시름하던 정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지난 주말 공개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세부사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합의라기보다 '휴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어 경기민감주의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는 전일 대비 0.89달러(1.5%) 오른 60.07달러로 마감됐다. 올해 하반기 들어 WTI가 배럴달 60달러 선을 넘어선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생산설비가 드론 공격을 받은 지난 9월 이후 처음이다. 미중이 사실상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영국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 증시에서 정유·화학주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 분위기가 전해진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0.34%와 1.62%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전일 14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날은 소폭 하락했다.

정유기업들은 유가가 박스권에 갇힌 데다 최근 정제마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왔다. 그러나 이번 WTI의 배럴당 60달러 돌파를 계기로 연말까지 유가가 상승 기조를 이어간다면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수익성 악화를 회계적으로 만회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반가운 건 화학업종도 마찬가지다. G2의 무역전쟁으로 침체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 주요 소재인 플라스틱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에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주요 화학기업의 주가도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2.83%, 2.71%, 3.59% 올랐다.

다만 중국에서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납사분해설비(NCC) 증설 물량이 상당한 데다 유가가 더 오르면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으로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분해설비(ECC) 대비 NCC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가스 생산량 증가로 ECC 및 PDH 설비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규모 NCC 투자에 따른 공급 압박으로 업황 하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정유·화학 업종과 달리 철강과 조선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의 세부 내용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공개된 1단계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산 제품 약 1200억달러어치에 부과하던 관세 15%를 7.5%로 낮추지만, 2500억달러어치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오는 15일 예정됐던 신규 관세의 부과는 취소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의 구매를 상당폭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중국이 농산물 구매를 최소 400억달러로 확대하고, 이를 500억달러까지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측에서는 농산물 구매 규모와 관련한 명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양측은 또 1단계 합의에 농업 부문 외에도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환율 등 다양한 문제가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추가적인 관세 부과가 없고 종전 관세도 일부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라면서 "무역 분쟁이 단기간에 격화되며 추가적인 심리·실물 경제 위축을 자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로 높아진 기대만큼 실물 경제의 수요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서 연구원은 "이번 긍정적 진전에도 경제 전망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며 체감지표의 개선이 경기 낙관론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그 만큼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킬 정도로 실물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그 실망감이 금융시장에 조금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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