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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수요 죄고 다주택자 매각 길도 열었지만…"장기 대책은 못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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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 달 만에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지난달 첫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발표한 이후 수도권과 비규제지역의 주택 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보완 대책을 내놓은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집값을 잡는데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방향 자체를 바꿀만한 효과는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매매 수요가 다소 꺾일 수는 있지만, 주택 공급 자체가 충분치 않은 상황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지만 대상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과 합동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조선비즈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단속에 나선 정부 합동점검반 /김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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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위 ‘고가 주택’ 거래가 집값을 자극한다고 본 정부는 고가주택의 기준을 ‘공시가 9억원 초과’에서 ‘시가 9억원 초과’로 강화했다. 아파트 공시가의 시세 반영률이 70%가 안되는만큼, 시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더 많은 주택이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중간값)은 8억7525만원이다. 서울에서 거래되는 아파트의 절반 정도가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오는 23일부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9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떨어진다. 특히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살 때는 대출을 전혀 해주지 않기로 했다.

전세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편법’을 막기 위한 대책들도 나왔다. 전세대출을 받은 다음 시가 9억원이 넘는 집을 구입하거나 2주택자가 될 경우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강력한 규제를 내놨다. 주택임대업이나 주택매매업 이외 법인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없는 지역도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도 추가로 지정됐다.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판단한 서울 13개구 전체와 경기 과천·광명·하남시의 13개동(洞),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많은 서울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구 37개동을 오는 17일부터 추가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강남구 개포·대치·도곡동, 서초구 잠원·반포동, 송파구 잠실·가락동, 영등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1가동 등 서울 27개동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되자,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예상보다 강력하다면서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주택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수요 대비 공급량이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사이클은 지난 9·13대책으로 끝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거래가 위축됐고, 이후에는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30·40대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유동화하는 형태로 매수하며 집값이 올랐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이런 형태의 매수가 어려워진 만큼 수요가 위축되고 결국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공급 부족을 해결할 대책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합부동산세 등을 강화하고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축소해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전방위적인 대책이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대책은 보유 기준을 5년으로 낮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서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보이는데, 현재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고가주택을 보유한 유주택자 모두에게 강화됐다.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은 주택 가격에 따라 0.1~0.3%포인트 높아지고,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서울 전역 등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0.2%포인트에서 0.8%포인트까지 상향 조정된다. 또, 2주택자의 세부담 상한을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동일하게 300%로 높여,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보유세도 늘릴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다.

예컨대 서울에 공시가격 5억원짜리 집 한채를 가진 경우엔 종부세율이 현행 1%에서 1.2%로 0.2%포인트 높아지지만, 5억원짜리 집 두 채를 갖고 있다면 0.9%에서 1.2%로 세율이 0.3%포인트 상승한다. 공시가격이 94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율이 2.7%에서 3%로 인상되고, 다주택자라면 3.2%에서 4%로 높아진다.

다주택자가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임시대책도 나왔다. 10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내년 상반기까지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 부담 인상이나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가 늘어날 길을 막은 점은 높게 평가했다. 다만 임대사업등록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은 이전에 발표된 정책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라 주택시장에 큰 영향이 없고, ‘10년 보유’ 기준에 해당하는 다주택자가 실제로 매각에 나설 물량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해 사안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를 완전히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며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강보합세 이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서울 중심지역의 웬만한 아파트는 다 규제 대상이 돼 매매 수요가 다소 줄기는 하겠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심리가 꺾일 정도로 강하지 않다"며 "공급면에서도 양도세 중과 유예가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매물이 기대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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