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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불황형 대출' 보험약관대출 최고치…여전히 高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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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깨서 대출받는 서민 늘었다

메트로신문사

생명보험사 보험약관대출금 추이. /생명보험협회


보험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이 올해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 9%대 고금리에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여전히 보험약관대출 금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보험약관대출금 규모는 47조416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290억원) 대비 1조126억원(2.2%) 늘었다. 지난해 연간 규모(47조3976억원)를 고려하면 올해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를 포함한 전체 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금 규모는 64조5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63조9151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조6000억원), 전분기 대비 0.7%(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보험약관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지난 2015년 52조7525억원에서 2016년 55조2350억원, 2017년 58조7279억원, 지난해 63조9151억원을 기록했다. 3년새 21.2%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6년 4.7%, 2017년 6.3%, 2018년 8.8%로 높아지는 추세다.

보험약관 신규 대출액도 오름세다. 2015년 37조7134억원에서 2016년 38조4095억원, 2017년 40조8931억원, 2018년 44조592억원으로 3년간 증가율은 17.0%였다.

보험약관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서비스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평균 4~9%대의 고금리로 구성돼 있지만 대출 문턱이 낮고 경기가 어려울 때 많이 이뤄져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보험약관대출은 직접 창구를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 등을 통해 본인확인만 거치면 24시간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또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으며 대출이 연체돼도 신용도 하락 우려가 없다.

특히 신용이 낮아도 대출심사 절차가 없어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급전'이 필요할 때 손해를 감수하고도 빌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금융권에서는 보험약관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경기 악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대출이 용이하지만 위험도도 높다.

보험약관대출은 이자가 미납돼도 연체이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미납이자는 원금에 가산(이자율은 정상이자율)돼 이자가 대출약정 시 예상한 수준에 비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율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보험계약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원리금이 해지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메트로신문사

생보사 '빅3' 금리확정형 보험약관대출 금리. /생명보험협회


◆ 보험약관대출 평균 금리 6.72%

더 큰 문제는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23곳의 11월 기준 금리확정형 보험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6.72%다. 시중은행 대출 평균금리가 1~3%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다.

보험약관대출 금리가 보험사에서 운용하는 다른 대출 대비 금리보다 높은 이유는 보험계약 당시 소비자에게 약속한 기준금리에 환급률 등 내부에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총 대출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약관대출 금리는 금리확정형과 금리연동형으로 나뉜다. 금리확정형은 기준금리+가산금리, 금리연동형은 공시이율(변동)+가산금리로 결정된다.

이중 고금리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금리확정형이다. 금리확정형의 경우 기준금리가 예정이율로 설정되는데 해당 이율이 높은 상품에 가입한 가입자일수록 보험계약대출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금리확정형 보험을 가입해 기준금리가 3.5%인 경우 약관대출 이자는 '3.5%+가산금리'로 결정된다.

금리확정형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생보사는 삼성생명으로 9.11%(기준금리 6.83%+가산금리 2.28%)에 달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8.07%(5.62+2.45), 7.88%(5.30+2.58)로 업계 평균치를 웃돌았다.

보험사가 약관대출 유치에 적극적인 부분도 있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손쉽게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로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대출채권은 다른 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반면 리스크는 낮다"며 "저금리 환경에서 보험사가 대출채권 비중을 확대할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실태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들에게 2015년부터 대출액과 가산금리 현황 등 보험계약대출에 대한 세부 자료를 요청했다. 특히 가산금리 산출 근거를 세세히 적도록 해 약관대출 가산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주 기자 hj89@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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