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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건강식과 문화예술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잇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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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나리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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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부부의 맛집기행-88] '식당'이란 밥 식(食)에 집 당(堂)자가 합해진 거니까 쉽게 말해 '밥집'이죠. 그럼 식당은 밥만 먹는 공간이어야 하는가? 밥은 의식주 중 하나일 만큼 사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기본으로 하고, 유망한 예술가를 키울 수 있는 전시도 하고 문화 예술을 놓고 대화와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밥집이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독특한 집을 제자의 추천으로 발견했습니다. 연남동에 숨어 있는 '잇다 프로젝트'. 오늘 소개해드릴 특별한 맛집이자 복합문화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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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잇다 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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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프로젝트'란 가게 이름부터 좀 남다르지요. 얼핏 들으면 무슨 일을 도모하는 연구계획 같습니다. 주인장인 신은경 대표(47)는 이렇게 설명해주더군요. '잇다'는 말 그대로 이어준다는 것이지요. 같이 밥 먹고, 예술작품 감상하고, 대화와 토론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을 압축해 '잇다'로 표현한 것이랍니다.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면 사유-그림-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란 어느 하나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도모한다는 뜻이고요. 일반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감각을 갖고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주기적으로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그 하나하나가 새로운 '프로젝트'인 셈이지요.

이런 복합문화공간의 운영 책임을 맡은 대표는 누구보다 융합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파니까 음식에 대한 이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미술 등 예술에 대한 이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친화력과 소통능력 등도 필요해 보입니다. 신 대표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진력과 리더십, 소통능력이 남다른 분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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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크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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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이 음식에 대한 글이니까 음식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이 집을 소개받아 처음 방문했던 날은 밥 먹고 공간만 둘러보고 왔습니다. 독자님들에게 안내해드릴 만한 '의미'를 갖고 있는 집인지 탐색차 찾은 거니까. 음식은 이탈리안 요리라고 메뉴에 적혀 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것 중 '미나리파스타' '풍기크림파스타' 등을 주문했습니다. 테이블에서 요리를 서빙받는데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깊고 숙성된 맛을 주는 소스가 알맞은 탄력을 갖고 있는 면발에 적절히 배어 있어 입맛을 끌어 당겨주었습니다. 식재료 간의 조화와 균형도 수준급이었고요. 요즘 연일 계속되는 이런저런 모임으로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문한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습니다. 이 정도 맛과 질의 음식이라면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우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이자 만든 이의 수고에 대한 감사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인터뷰를 위해 날을 다시 잡아 신 대표를 만났을 때 요리가 근사했다는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신 대표는 주방에서 잘 만들어 주어서 그렇다고 '공'을 돌리지만 그 자신 젊은 시절부터 요리를 만들고 나눠먹는 것을 즐길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고 재능이 있는 분이더군요. 주인장이 갖고 있는 요리관이 궁금했는데 아주 심플하더군요. "요리는 몸에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저희 가게 음식을 드신 손님들께서 만족스럽고 행복해하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방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종종 서빙을 지원해주는 그이지만 좋은 요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와 목적을 정확히 짚고 있는 신 대표였습니다.

이 집의 주방장이 어떤 분인지도 궁금해 따로 만났습니다. 18년차 경력의 채반석 셰프(40). 그 역시 신 대표와 비슷한 관점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더군요. "건강한 재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미료 사용을 지양하고 있고요. 음식 갖고 장난쳐서는 안 된다는 신념도 갖고 있습니다. 근래 신앙을 가지면서 범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요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신 대표께서 전폭적으로 주방을 지원해 주시고 있는 덕분이고요." 짧은 대화였지만 진솔함이 뚝뚝 묻어나더군요. 이런 분을 주방 책임자로 둔 것은 신 대표의 인복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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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프로젝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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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입니다. 4~5인용 테이블 서너 개가 전부입니다. 수지타산만 생각한다면 큰 테이블이 아니라 2인용 테이블을 여러 개 배치하는 것이 좀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 그런 권유도 있었던 모양이고요. 하지만 신 대표는 지금 스타일의 공간배치를 고수합니다. 이 공간을 만든 목적이 음식을 좀 더 팔아 수익을 남기기보다 여유롭게 대화와 소통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가치관이 여느 사람과는 다른 것이지요.

신 대표는 다재다능한 경영자이자 디자인 전문가입니다. 식당 겸 갤러리 겸 카페인 '잇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 외에 자신이 오랫동안 종사해온 분야인 북 디자인의 회사('디자인 아이')를 이끌고 있습니다. 거기에 공부 욕심까지 있어 대학원 박사과정(홍대 대학원 시각디자인 전공)을 마치고 논문 제출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실보다 저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것은 신 대표가 '어쩌다집 대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쩌다'라니!!?? 세상에 참…!! 제가 좋아하는 동네 책방인 망원동에 있는 '어쩌다 책방'과 '어쩌다 가게', 대학로에 있는 책방 '어쩌다 산책'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이들 공간을 만들어낸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이 바로 신 대표의 부군인 건축가 이진오 씨(49)란 사실도요.

'어쩌다 책방'이나 '어쩌다 산책' '어쩌다 가게'를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매우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 공간입니다. '따로 또 같이'를 지향하는 바에서 알 수 있듯이 개성을 갖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습니다. 각각의 가게가 나름의 콘셉트를 갖고 있고, 세련된 디자인과 공간 연출이 돋보이지요. 책방만 하더라도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무게감 있고 사회에 울림을 주는 책들을 선별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동네 서점이 지향해야 할 방향의 일단을 보여주는 곳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돈벌이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을 공간이어서 이 집을 찾을 때마다 건축가가 주인장이란 건 알았지만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신 대표의 남편이 그 당사자 중 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잇다 프로젝트'가 더욱 달라 보입니다. 부부가 서로가 하는 일을 응원해 주고 있다니 부창부수(夫唱婦隨)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잇다 프로젝트'는 '우리 삶 속의 작은 숲'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개인주의화되고 있는 것이 요즘 세태지만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더불어 살아가야 살맛 나는 세상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잇다 프로젝트'라는 공간이 서울 하늘 아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겨울이 한층 따뜻해집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 관자세비체 20,000원, 관자샐러드 20,000원, 부라타치즈샐러드 18,000원, 감바레띠파스타 21,000원, 미나리파스타 19,000원, 풍기크림파스타 19,000원, 디아볼로라자냐 18,000원, 볼로네제라자냐 18,000원, 새우감바스 18,000원, 잇다치즈플레이트 18,000원
- 한우까르파초 26,000원, 한우스테이크 48,000원
- 고구마수프(계절) 8,000원, 주키니수프 8,000원 등
△위치
-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5-8 어쩌다집 1층, 02-335-2258
△영업시간: 12:00 ~22:00(일, 월 휴무)
△규모 및 주차: 3~4대 주차 가능(대중교통 이용 권장)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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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상무·유재웅 을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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