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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동네의원 첫 마디 "실손보험 있죠? 도수치료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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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문케어로 줄어든 수익 ‘실손보험’ 통해 보존… 줄여도 안주는 비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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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사진=머니투데이 DB



#지난해 대퇴부 골절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모씨(78)는 7일간 입원·수술비 모두 포함해 퇴원할 때 총 253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후 치료를 위해 2주간 입원한 병원에서 256만원을 추가로 냈다. 이씨는 뒤늦게 영양주사와 도수치료 비용이 200만원이나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달 전 김모씨(35)는 목, 어깨 통증으로 동네의원을 찾았다. 그가 의사에게 처음 받은 질문은 실손보험 가입 여부였다. 이 의사는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약물·물리치료 이외에 도수치료 및 비급여 주사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의사의 거듭된 권유에 김씨는 비급여 진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동네의원들은 수익 보존을 위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거나 기존 비급여 진료를 유도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시행 후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로 전년대비 1.1%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의원급에서의 비급여 진료가 증가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네의원에서의 비급여 본인부담율(환자가 낸 진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18.0%, 2017년 19.8%, 2018년 22.5%로 증가했다.

동네의원들이 비급여에 집착하는 이유는 역시 수입이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료 수가 대상이 돼 비용 상승에 제한을 받고 과잉 진료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비급여는 환자 본인이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하면 그만이다. 의원은 돈을 벌고 환자는 별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누린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과거에도 동네의원에서 비급여 본인부담율은 대형병원들에 비해 높았지만, 문재인 케어 시행 후 이렇게 증가할 줄은 몰랐다"며 "비타민주사, 도수치료 등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늘려 문재인 케어로 감소한 매출을 보전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문재인 케어가 비급여 풍선효과를 불러와 보험사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실손의료보험 5개사의 올해 상반기 비급여 청구금액은 2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8% 늘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비급여의 급여화로 줄어든 수익을 실손보험을 활용해 보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부 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비급여 항목을 권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준현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를 위해서는 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장치가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의 경우 의료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등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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