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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新남방 K금융]베트남, 1조 베팅 하나은행 "날개 크게 펼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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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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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하노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도 논밭이 많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간혹 정전이 될 정도로 전력 사정도 좋지 않죠. 그야말로 기회의 땅입니다. KEB하나은행은 1000여개 현지 국영은행 지점을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날개를 크게 펼칠 것입니다."


하나은행은 베트남에서 호치민과 하노이에 각각 한 곳씩의 지점만을 두고 있다. 하나은행이 대표적인 해외 성장 거점에서 택한 방식은 '퀀텀점프'였다. 지난달 1조원이라는 '통큰 베팅'을 통해 베트남 최대 은행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달 말 현지에서 만난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새롭게 열릴 지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을 주로 해왔다면, 이제는 '진검 승부'를 노린다. 일단 타깃은 인프라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물류단지, 정유플랜트 등 투자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인프라가 아직은 굉장히 부족하다. 당연히 자금이 필요하지 않겠나. 금융으로서도 큰 기회다."


실제로 하노이 시내만 돌아봐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오래돼 낡은 건물들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초대형 빌딩 건설 현장도 적지 않다.


특히 발전소 프로젝트가 가장 뜨겁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속속 건설되고 있으나 전력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 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관련된 분야에 베트남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악화된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함 지점장은 "클린 에너지를 많이 활성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미 하나은행은 태양광 사업 관련 금융 거래를 한 경험도 갖고 있다"면서 "국가 주도인 베트남에서 발전 프로젝트 사업은 결국 정보와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국영 은행인 BIDV를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 시절부터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위해 일찌감치 현지 지점을 개설했다. 한국 기업이 주된 고객이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베트남 경제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한국의 은행들과 현지 기업들 간 거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역시 자원 개발이나 전력, 석유, 통신 등 국영 기업들이라고 한다. 함 지점장은 "거래 고객 수로 본다면 10% 이상은 현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개인 고객 영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함 지점장은 "하나은행이 리테일(소매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BIDV와 시스템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아직 모기지론(부동산 담보 장기주택자금 대출)이 발달돼 있지 않다"면서 "대출이나 저축, 카드 등 영업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며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방카슈랑스 수요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외국계 은행으로서 리테일 영업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 역시 BIDV의 영업망에 올라타면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IDV도 리테일을 키워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이미 현지화된 지 오래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에 근무하는 뀐응옥씨는 "베트남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BIDV는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은행 중 한 곳이며 종합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므로 하나은행과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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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이 입점해 있는 대하빌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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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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