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안갯속 빠진 배달시장①]배달앱 獨점에 대기업까지 침투...설 곳 없는 스타트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로 인수되면서 20조원 규모 국내 배달업계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수 발표가 급작스럽게 이뤄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유례없이 커졌다. 일선 소비자는 물론 음식점, 배달기사 모두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독일회사에 지분을 넘겼다는 데 대한 스타트업 업계 아쉬움도 상당하다. 배달시장에 눈독들여왔던 대기업 진출도 빨라질 전망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독점 문제를 두고 법적 이슈도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칼날이 이번 인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혼돈에 빠진 배달시장 불확실성이 언제쯤 걷힐지 짚어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배달시장이다. DH는 요기요, 배달통에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인수, 배달 주문 중개 앱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가져갔다. 파급력은 주문 중개 앱과 연결된 배달 대행시장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배달시장은 주문 중개와 배달 대행으로 나뉜다. 배달의민족이 버티고 있는 주문 중개뿐 아니라 배달 대행시장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DH와 투자 관계로 엮여있는 배달 대행업체는 두 곳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바로고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다.

배민라이더스 시장 점유율은 4위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맹추격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 상단 카테고리를 개편, 배민라이더스에 일감이 몰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배달의민족 인기를 배민라이더스로 전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DH가 오토바이 배달업체 바로고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바로고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배민라이더스와 시너지를 위해 추가 투자 또는 인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문 중개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대기업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타트업 시장에 대기업이 끼어든다는 정치적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쿠팡과 카카오는 이미 시동을 걸었다. 배달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네이버와 SK가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도 번지고 있다.

'온라인 골목상권'으로 불리던 배달시장이 대기업, 외국기업 각축장으로 변하는 셈이다. 일선 스타트업들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업계에 끼친 긍정적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분야 한 스타트업 대표는 “김봉진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기도 하다”며 “적어도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에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역할에도 빈틈이 생기게 됐다.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를 새 의장 후보로 내세웠지만 회원사 찬반 투표가 이뤄지는 내년 초 총회까지는 공백을 피할 수 없다.

김 대표도 이번 결정에 앞서 고심을 거듭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까지 검토한 끝에 DH와 손을 잡았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홀가분해졌다. 아시아를 무대로 투자자 간섭 없이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투자자로부터 창업자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요구해왔다.

정점에서 회사를 내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는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해외 진출도 선언했지만 우버이츠, 그랩, 고젝과 같은 글로벌 업체에 맞서기에는 자본력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인수 작업을 비밀리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달시장 상생과 스타트업 업계 발전을 늘 고민해온 김 대표 성향을 감안할 때 오해를 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