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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아시아초대석]세계무대 개척한 '회계 외교'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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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기 IFAC 회장 "국제위원 수보다 인재육성이 먼저"

아시아경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 겸 연세대학교 교수.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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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외부 감사는 국내 기업들이 한 번은 거쳐야만 하는 시련이다. 기업이나 회계법인 모두 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은 2000년부터 외부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회계 부정에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감사 품질을 강조하는 주 회장이지만 한국을 대표해 세계 무대를 개척한 외교 전사이기도 하다.


주 회장은 1997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함께 개발도상국 중 하나로 가까스로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주 회장이 지난해에 IFC 회장으로 선임되기까지 20여년간 서태식 삼일PwC 명예회장과 신찬수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등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주 회장은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국제회의는 사실상 며칠 쉬다 오는 기간으로 인식됐는데, 떠나기 전날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받고 제목만 간신히 외운 채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회의의 쟁점 안건을 제시하고 국제 위원들이 처음 들어봤을 만한 새로운 내용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양이 아무리 많아도 자료를 철저히 숙지하는 것이 기본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회계통'인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단어는 '생산성'이다. 국제 외교가 힘의 논리로 작동하는 것처럼, 국제 회계는 우리 상황에 유리한 명분을 끌어오는 능력이 중요하다.


IFAC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국제 회계엔 일률적인 '룰'이 없다고 말했다.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위원을 배출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경쟁 끝에 지난달 14일 안영균 회계사회 상근부회장을 IFAC 이사로 올려놨다.


주 회장은 "IFAC의 인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국가와 관계없이, 대단한 백 없이도 한국인이 국제 위원에 뽑힐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도 "평소에 개발도상국 등에 회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봉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외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공인회계사들의 업무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감사 부문에 몰려 있는 점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세계 회계에서 감사의 비중은 30%도 안 되는데, 한국은 감사 위주로 회계 업계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지금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회계사들은 PwC, KPMG, EY, 딜로이트 등 글로벌 빅4 본사의 지식과 논리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앞으로는 빅4를 넘어 회계 전체를 보고 회계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한국 회계는 국제 위원 몇 명을 배출했고 누가 위원이 됐는지 등에만 관심을 두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무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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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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