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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기업 물적분할 주식 팔 계획 없으면 별도재무제표 구분공시 안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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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전후로 미래현금흐름 바뀔 수 있어

매각예정자산-중단영업 공시 의무 논란

금융위 "주식 안 팔면 상업적 실질가치 없다" 해석

당국, "쟁점에 적극 대응" 선언 후 구체적 행동

6개월 만에 새 회계감독 지침 공식 발표

'회계-지배구조-공시 개혁' 드라이브

당국 "지배구조 바뀌어도 회계부담 완화"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앞으로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할 때 주식을 팔 계획만 없으면 별도 재무제표에 분할 신설 법인의 매각 예정자산(자산과 부채 등)과 중단되는 영업 등을 일일이 구분해 공시할 필요가 없게 된다. 분할 시점에 자회사 주식을 팔 계획이 없고,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보유한다는 확인을 받으면 된다. 당국은 모회사가 분할 이후 주식을 팔지만 않으면 물적분할이 미래 현금흐름 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물적분할을 한 모회사 입장에서 회계장부상 신설 법인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가 줄고, 지배구조 때문에 공정가치와 관련된 회계처리를 반복해야 하는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1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물적분할 시 모기업의 별도 재무제표 회계처리기준 적용 감독지침'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사례와 현대중공업그룹(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이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법인)으로 나누는 등의 사례를 포함해 최근 3년간 물적분할을 한 기업들이 '구분 표시'를 해오지 않았지만, 문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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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문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앞으로 기업들은 물적분할 후 재무상태표를 쓸 때 과거 분할 시점으로 소급 적용되는 공정가치 평가를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신설 부문 등의 미래 현금흐름을 일일이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공시해야 했다. 앞으로 물적분할을 할 때 매각 예정자산 표시와 관련된 공정가치 평가 수행 부담을 확 줄어들 것이라는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3월 벤처기업 투자지분을 공정가치 평가 예외대상으로 인정하면서, 피감기업들이 사실상 공정가치를 자체 평가할 능력이 부족해 회계법인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나타낸 바 있다.


금융위는 손익계산서 회계처리 때문에 분할 기업의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분할 기일까지의 매출이 감소하는 '착시 현상'도 줄 것으로 본다. 지금은 손익계산서상 분할 부문의 손익을 '중단영업손익'으로 측정해 재무제표에 매출이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기업들은 행여 회계처리가 투자심리와 신용등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 왔다. 김 팀장은 "지침은 과거 재무제표 소급 수정을 막고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어 생기는 회계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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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없진 않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제1105호를 근거로 들면서 물적분할은 엄연히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매각거래'라, 분할 전후 미래 현금흐름이 바뀔 수 있는데 회계처리를 안 해도 되겠냐는 반론도 나온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분할 후에도 모기업이 자회사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므로 설령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도 매각 예정자산과 중단 영업 등 요소가 얼마든지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논리다.


김 팀장은 "분할 시점에 자회사 주식 매각 계획이 없고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갖는 '전형적인' 물적분할은 미래현금흐름 및 기업 특유의 가치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단순 교환거래'로 판단된다"며 "별도 재무제표상 상업적인 실질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신설 법인의) 매각 예정자산 및 중단영업을 구분해서 표시하지 않는 회계처리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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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숙원(宿願). 자료는 6월13일 '회계감독 선진화방안'의 정책 취지 관련 내용.(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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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올해 내내 '회계개혁', '연중 상시감사(No surprise audit)'라는 기치 아래 회계 쟁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날 지침은 지난 6월13일 '회계감독 선진화방안' 이후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 정책이다. 6월 방안에서 피감기업과 외부감사인, 상장 증권사 등 이해관계자에 재무제표 검증 책임을 강화했다면, 이번엔 내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부담을 줄여주는 지침을 발표했다.


자본시장과 재계에선 당국의 회계 실무 지침 등의 정책 발표를 정부의 숙원인 '회계-지배구조-공시개혁'의 일환으로 본다. 금융위는 지난달 4일 발표한 '금융위 2년 반 평가' 자료에서 회계 정책(감사 개선 위주로)과 함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활성화와 주주권 행사 지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 ▲올빼미 공시 근절 추진 등을 발표하면서 '회계-지배구조-공시개혁' 정책 목표를 환기한 바 있다.


금융위가 올해 새로 발표한 '회계 실무 지침'은 ▲3월 회계부정 중과실 제재강화 및 중과실 비중 감소 ▲4월 중순 회계개혁의 연착륙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 ▲4월 말 연속항해용선계약(CVC·Consecutive Voyage Charter) 리스기준(IFRS16) 안내 ▲6월 회계감독 선진화방안 등이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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