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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경제이슈 2019 & 2020] 사모펀드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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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대책, 현장에선 '불만'

-증권사 수혜도 '일시적'? 사모펀드 시장 수축되나

-부정적으로 돌아선 투자자들 인식이 가장 큰 문제

메트로신문사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DLF 사태 피해자들이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사모펀드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였던 올해 펀드시장은 힘을 받지 못했다. 본격적인 규제 속에 사모펀드 시장의 수난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연이어 겪으며 시장을 옥죌 수밖에 없는 정부와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던 사모펀드를 포기해야 하는 업계의 서로 다른 두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사모펀드 판매 채널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된 쪽은 증권사다. 금융당국이 최근 고위험 투자상품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면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살펴보면 파생금융상품 등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를 초과(고위험 상품)하는 경우 은행은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증권사의 표정도 밝진 않다.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가 줄어들며 증권사 판매 계좌 비중이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의 타깃 고객은 완전히 다르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은행 고객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현상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투자자들의 인식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는 4만5147개. 6월 말보다 4개월새 1만4368(24.1%)개나 줄어든 수치다. 은행의 판매 계좌 비중 역시 6월 말 41.95%에서 10월 말 34.60%로 내려갔다. 사모펀드 판매 잔고도 은행의 경우 6월 말 28조9634억원에서 10월 말 26조6119억 원으로 8.1% 하락했다.

DLF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사모펀드' 논란 역시 불신의 싹을 키웠다는 해석도 있다.

메트로신문사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 추이(단위 개)


현장에선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격탄을 맞게 된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 등 판매사는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사고를 낸 판매처를 징계하는 것보다 먼저 투기적 요소를 부각해 시장 전체를 규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당수 자산운용사는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275개 자산운용사 중 절반에 가까운 133곳이 올해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사모펀드 시장 단속으로 전문 사모 운용사나 신규 자산운용사 등 수익 기반이 취약한 회사의 적자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런 식의 규제 강화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모두에게 악영향"이라며 "판매 채널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펀드를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 유형에 대해 개선을 해야지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은 이번 규제로 다시금 공모펀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면 사모펀드 시장은 결국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모펀드의 최소투자금액이 상향(1억원→3억원)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개선안에 따라 일반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은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당초 정부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최소투자 한도를 낮췄지만 다시 문제가 생기자 기준을 강화했다. 그만큼 소액투자자가 돈을 벌기 어려워진 셈이다. 신규 투자자문사들에도 3억원 이상 기준은 높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강화된 처벌 역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불완전 판매가 적발되면 금융회사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형 과징금을 맞게 된다. 또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위반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한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의 규제로 인한 사모펀드의 가입금액 상향으로 시장에 막 진입한 운용사들은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라임 사태로 촉발된 메자닌 시장의 건전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라고 말했다.

송태화 수습기자 alvi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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