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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회적 가치, 구성원도 같이…"퍼주기식 대기업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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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와 함께⑭] '행복론' 전도사 SK…'기업시민' 강조한 포스코

단순봉사 '그만'…임원평가에 활용, 인재·스타트업 키워 자사에도 이익

[편집자주]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건 소비이고, 이를 제공하는 건 기업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활동으로 우리의 삶은 부유해졌다. 그러나 기업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발생한 사회문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됐다. 빈곤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던 시대가 끝났다. 이에 뉴스1은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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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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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사회적 가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예상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이다. 사실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며 사업하는 대기업은 국내에도 해외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대기업은 천문학적인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며 사회와 호흡한다.

다만 그동안의 대기업은 사회공헌을 '등 떠밀려서'하는 경향이 강했다. 벌어들인 일정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극적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양상은 조금 다르다.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결국 기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표하에 '퍼주기식 봉사'보다는 더욱 정교한 방식의 기획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세가 된 사회적 가치를 대기업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6060억5809만원이다. 이는 지난 2017년 2조7243억5578만 원 대비 4.3% 줄어든 규모다. 절대적인 지출 금액은 줄었지만 대기업의 사회공헌 양상은 더 풍성해졌다. 대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단순히 생색내는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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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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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열풍 만든 최태원 SK회장…행복론으로 진화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국내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 열풍에 불을 붙였다. 최 회장은 '딥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외치면서 가장 중요한 방법론으로 사회적 가치를 제시한다. 이윤 추구가 최우선이던 기존 방식에서 변화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을 전사적으로 요구한다.

최태원 회장이 바라보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돌려주는 방식의 사회공헌과는 결이 다르다. 이윤추구와 사회 문제를 따로 두는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기업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렸다.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CEO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며 경영전략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전사적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부터 임원 평가의 근거가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2017년엔 각 계열사 정관도 뜯어고쳐 기업의 목적으로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었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 사회적 가치를 행복경영론으로 진화시켰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전략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성원의 행복 증진'이란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내부 구성원을 시작으로 SK를 둘러싼 주주,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사회적 가치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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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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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표 사회적 가치 '기업시민'…SK·포스코 '짝'이 되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짝'은 포스코다. 지난해 취임 이후 사회적 가치를 외치던 최정우 회장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With POSCO)'이란 경영이념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냈다. 말 그대로 기업에도 사람처럼 인격을 부여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일정한 권리와 책임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시민의 가장 큰 목표는 SK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경영활동에 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약 1년간 포스코는 기업시민실 및 기업시민위원회 설치, 기업시민 소통창구인 러브레터 운영 등 경영이념 실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내년부터는 기업시민 활동을 임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등 실천력을 강화한다.

닮아서 끌렸을까.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지난 8월 회동에서 양사의 경영이념이 유사점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 실천 활동 등을 산술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3일 포스코센터서 열린 '포스코 기업시민 성과공유의 장'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깜짝 지원 사격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SK의 방식으로 측정한 포스코의 사회적 가치 창출 금액을 2조8000억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와 SK 두 기업의 노력이 합해지고 협력한다면 기업시민이 기업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혁신운동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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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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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 양상도 달라진다…삼성은 인재 육성·현대차는 사회적 기업 지원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공헌 양상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 봉사에 머물기보다는 지원과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자리 교육과 벤처 스타트업 육성은 그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인 동시에 이들이 성장하면 결국 다시 대기업과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데서 선순환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청년 소프트웨어 인재 1만 명을 키우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지난해 시작했다. 2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 팩토리 4.0'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의 노하우를 전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삼성의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키워내는 데 방점을 뒀다.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할수록 현대차그룹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도 커진다. 현대차는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으로 지난 8년간 총 211개 사회적기업에 지원을 시작했고, 총 142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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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H온드림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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