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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창피함이 창의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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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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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70]

'OOO씨, 좋은 아이디어 없나?'

직장인이 회사에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개인은 기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물론, 갑자기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되기도 한다.

아이디어가 형성되는 또 다른 방법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 구성원을 한자리에 모아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 모임을 가져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이에 대한 고충을 조직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방법을 최근 리 톰프슨(Leigh Thompson)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외 2인의 연구진이 제시했다. 바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모인 사람들끼리 자신이 겪은 창피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우선 갖는 것이다. 그러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게 그들의 연구 결과다. 이에 대한 연구논문 '자존심과 실수: 창피한 이야기를 얘기할 때 창의성이 향상된다(Pride and Pratfalls: Recounting Embarrassing Stories Increases Creativity)'는 올해 9월 국제 학술지 디자인 창의성과 혁신(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 Creativity and Innovatio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두 상황을 통해 창피함과 창의성의 관계를 알아봤다. 첫 번째 조사는 111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 중 일부는 어떤 문제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지난 6개월 동안 스스로가 경험한 일 중 창피했던 일을 작성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경험을 적었다. 이후 모든 응답자는 5분 동안 종이 클립을 어떻게 색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연구진은 111명이 5분 동안 작성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두 기준으로 평가했다. 아이디어의 양(volume)과 아이디어의 다양성(range)이다. 그 결과, 자신이 창피했던 경험을 쓴 사람들이 훨씬 많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종이 클립을 귀걸이로 쓰거나 칵테일 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로 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듣는 관리자 93명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3인 팀을 만들고, 첫 번째 연구조사와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팀 중 절반에는 창피했던 이야기를, 나머지 절반 팀에는 스스로가 뿌듯했던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다. 팀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 뒤 연구진은 팀 단위로 판지 상자를 사용할 수 있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각자의 팀원들과 함께 창피한 경험을 나눈 팀은 '잘난 이야기'를 한 팀보다 26%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왜 창피함이 자존심을 높이는 경험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탄생하도록 만들까. 이에 대한 이유는 연구조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과거의 창피한 경험을 미리 공유함으로서 개인이 미래에 아이디어를 냈을 때 사람들이 해당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이 완화되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해소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잘한 일을 내세우고 창피한 일은 감추려고 한다. 하지만 톰프슨 교수의 연구팀이 증명했듯이, 창피함은 창의성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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