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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세금 낮고 상품 많고…해외서 국내주식 사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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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 김승민씨는 지난달 MSCI 조정(리밸런싱)으로 한국 증시가 급락하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KORU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입했다. KORU는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형주를 편입하는 ETF인데, 기준가(지수)의 3배 레버리지로 움직인다. 한국 증시가 1% 오르면 KORU는 3% 오르는 식이다.

김씨는 "KORU ETF는 한국증시가 MSCI 리밸런싱처럼 기계적 이슈로 빠질 때 편입하기 좋은 상품"이라며 "더구나 한국 증시가 하락할 때는 원화가치도 같이 떨어질 때가 많아(환율 상승) 설령 판단이 틀렸다고 해도 최소한 환에서는 손실을 줄여준다"고 했다. 김씨는 "아쉽게도 한국 증시에는 환노출 형태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없어 국내 주식임에도 부득이 해외에서 매매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조선DB




16일 증권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주식형 상품임에도 해외에서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주식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이지만, 상위 50위권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있는 상품이 자주 발견된다"고 했다.

국내에 있는 주식인데도 해외에서 매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미국에서 ETF나 주식을 매수하면 250만원까지는 세금이 면제된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 안되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해외형 ETF를 매매하면 매매 차익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대 42%의 세율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런데 세금뿐 아니라 상품과 관련한 규제도 주식투자자들이 탈(脫) 한국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특히 3배 이상 레버리지를 추구하는 ETF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제유가(WTI)와 금, 은 레버리지 ETF다. 이 상품들은 국내에도 상장돼 있지만 모두 기초자산과 똑같은 비율로 움직이거나 레버리지 상품이 있더라도 2배뿐이다. 미국엔 최대 7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있다. 확신이 있다면 미국에서 ETF를 매매해 더 많은 차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비율이 너무 높으면 투기성이 짙다고 보는 것이 상품이 나올 수 없는 이유"라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증시가 충분히 흡수 가능한 고객들까지 해외 거래소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좀 덜하지만, 기본적으로 환헤지 상품 출시를 권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달러화 기반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환노출이라고 하면 환 변동성이 높아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노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위험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하지만 달러화는 원화보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그냥 달러표시라는 표현을 써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사전 안내 등의 형태로 위험 고지만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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