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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내수 살리려 車개소세 인하, 비싼차만 득 보고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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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차례 연장, 이달 종료키로

역대 최장 17개월에 시장도 내성

국산차 판매량 현대차 빼곤 후진

“수입차 사는 부유층만 득” 비판도

정부가 역대 최장 기간(1년 5개월) 이어온 자동차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 조치를 이번 달을 끝으로 종료한다. 목표했던 내수 활성화 ‘약발’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일몰 예정인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부터 승용차와 이륜차, 캠핑용 자동차 등에 붙는 개소세를 5%에서 3.5%로 1.5%포인트(30%) 내렸다. 3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살 경우 개소세가 21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어든 효과를 봤다.

원래 지난해 말 종료하는 한시 조치였지만, 정부는 다시 올해 6월 말까지로 인하 조치를 6개월 연장했다. 그리고는 일몰이 다가오자 올해 말까지 재연장했다. 개소세 인하 조치를 두 차례 연장한 건 이번 정부가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로 인한 국산 차 판매 촉진 효과가 크지 않아 (조치를)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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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소세를 내린 이유는 ‘내수 활성화’였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대로 2015년(456만대) 대비 1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미ㆍ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하자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6월 조치를 연장할 당시에도 기재부는 “세금 인하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도 있지만, 시장에 주는 ‘시그널’도 중요하다 판단해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11월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4개사의 내수 시장 성적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다. 현대차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9% 늘었고 기아차는 3.8%, 쌍용차는 1.3%, 르노삼성은 3.4%, 한국GM은 18.4% 각각 줄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 발간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정책 동향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개소세 인하로 인한 국산 차 판매 촉진 효과가 크지 않다”며 “승용차 판매량 변화가 해당 시점의 경기 상황, 신차 출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개소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소세 인하 종료를 권고한 셈이다.

보고서는 또 개소세율 인하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최근 6개월간 승용차 개소세 인하로 인한 감면액이 약 1000억원에 이른다”며 “탄력세율 조정을 통한 개소세 인하도 조세특례에 준하는 사전ㆍ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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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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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 인하 조치가 1년 6개월간 이어지면서 세금 인하에 따른 차량 판매 상승효과가 반감했다. 개소세를 내린 지난해 7∼12월에는 국산 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25% 반짝 증가했다. 하지만 조치를 연장한 올해 1∼5월에는 판매가 전년 대비 0.04%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소세 인하는 미래 수요를 현재로 당기는 측면이 큰데 (인하 조치가) 1년 5개월째 이어지다 보니 내성이 생겨 소비를 미루는 역효과가 났다”며 “개소세를 영원히 내릴 수 없는 만큼 산소 호흡기를 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산 차보다 수입차가 득을 본다는 얘기도 나왔다. 찻값이 비쌀수록 개소세 경감액도 오르기 때문이다. 할인 폭이 국산 중형차는 100만원 이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90만~200만원, BMW 5시리즈는 90만~180만원에 달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요즘 국산 차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개소세 감면 혜택도 커 국산 차와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정부가 세율을 환원시킬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소세 인하로 일시적인 판매를 늘릴 수 있지만 영원하지 않다”며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개소세 인하ㆍ환원을 반복하는 건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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