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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광화문]납득이 안되는 부동산시장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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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거세다. 규제 및 세제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최근 20주 이상 상승세가 지속되고 전고점을 경신한 곳이 비일비재하다. 전셋값 상승폭도 확대됐다. 방학 전 이사 수요, 정시확대 및 외고·자사고 폐지 계획 등의 영향으로 인기 학군 지역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000여가구로 올해보다 2%가량 줄지만 2021년에는 2만2000여가구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으로 서울아파트값과 전셋값 상승세는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또’ 청약대기자 증가, 추가 집값 상승에 대한 두려움 등의 수요가 늘고 공급물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등에서 매매와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난다. 반전세로 내놓거나 전셋값과 월세를 올려도 빠르게 소진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현해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안정화를 위한 막바지 고비만 남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현 정부 출범 후 2년반 동안 서울아파트값 상승률은 12%대라고 밝히며 시장조사기관들이 같은 기간 40% 상승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도 일부 지역만 급등했을 뿐 부동산시장은 잘 관리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거래가 없는 비인기 아파트단지들을 포함한 통계수치를 사용하고 시장조사기관들은 실제 거래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격차가 컸다. 일반 국민들은 정부보다 시장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지지한다. 정부의 현실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다르니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기대효과보다 부작용 걱정이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부합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이와 배치된 것들은 무시한다. 이미 저질러놓은 정책도 부적절한 것임을 알지만 수정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 같다.

세계적 대기업이 몰락하는 배경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한다.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최신의 경영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선호하는 전략이 옳다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최신 경영시스템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위험 경고가 있어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근거에만 주목하고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투자자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에 맞는 정보만 찾고 다른 것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보통사람들보다 정치가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자신들의 주장과 일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규제가 나오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오르고, 규제가 해제되면 풀렸다고 오른다. 각종 이유를 붙여 다 오른다. 정부의 의도를 시장에 관철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정확한 분석을 통한 이해가 먼저다. 정부 입장에서 필요만 것만 보고 들으려 해선 정확한 해법을 내놓을 수 없다. 보름 뒤 새해에는 바뀔 수 있을까.

홍정표 부장 jp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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