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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씨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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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20여년 간 학생 가르치는 게 낙…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어"
한예종 "강사법 때문에 해고 통보했다는 것 사실 아니다"
교육부 "강사법과는 무관…학교 측 채용 의지 문제"

동해안별신굿 전수 조교인 김정희(58)씨가 지난 1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에서는 고인이 지난 8월 시간강사 해고 대란을 불러온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된 이후 일자리를 잃고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해당 대학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15일 동해안별신굿보존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선일보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고 김정희씨의 생전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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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 교육조교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1998년 한예종 전통예술원이 설립된 직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수교육 조교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 체계에서 보유자 전 단계를 말한다.

보존회 측은 대학에서 올해 8월 강사임용 규정에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강사를 다시 뽑겠다'고 하면서 학위를 갖지 못한 김씨가 2학기부터 한예종 연희과에 출강하지 못했다고 했다.

동해안별신굿보존회 관계자는 "(고인은) 20여 년간 한예종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상실감이 제일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강습을 중심으로 생활을 꾸려왔는데 (강사법 시행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니까 생활의 빈곤이 컸던 것 같다"며" 나라에서 지원되는 월 66만원의 전승지원금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앞서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사실상 3년간 임용을 보장하는 강사법이 지난 8월부터 시행됐지만 재정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1만 명의 시간강사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시간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든 법 때문에 오히려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예종은 이에 대해 "고인이 '강사법 이후 해고통보'를 받았거나, '석사학위 없다는 이유로 해고통보'와 같은 언론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예종은 "한예종은 강사 채용을 공고할 당시 고인은 겸임교수 신분이 아니라 시간강사 신분 상태였고, 강사법 근거에 따라 강사 공모에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강사법 이후 해고를 통보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예종은 또 "학교의 1차와 2차 강사채용 공고 그 어느 곳에도 채용을 위한 학위 자격기준으로 석사 학위 이상의 자격을 명시한 바가 없다"고 했다. 강사 채용기준은 지난 6월 최초 강사 공개채용 시에는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위를 요구했지만, 8월 재공고를 통한 추가 채용 시에는 학력 제한을 두지 않아 학위를 갖추지 못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한예종은 설명했다.

한예종은 "2019학년도 2학기 현재 한예종에서는 학위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수의 강사가 채용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2020학년도 1학기에도 학위에 상관없이 강사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교육부도 "강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분야 경력자는 초빙교원이나 그에 준하는 다른 교원 직위로 얼마든지 채용이 가능하다"며 "(김씨의 해고는) 학교 측의 채용 의지에 달린 것이지 강사법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실직 강사들에게 연간 1400만원씩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원 대상은 박사급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동해안별신굿보존회 관계자는 "전통예술 분야에서 강사법을 들이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며 "혜택을 봐야할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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