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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못믿나…中전문가들 “미중 1단계 합의는 일시적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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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휴전 아니야…"새 시나리오 대비해야"

"트럼프 변덕스러워" 불신 커진듯…정치 상황 예의주시

中언론, 1단계 합의 환영하면서도 "신뢰 쌓아야"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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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를 공식 발표했지만 중국 내에서는 앞으로 협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 바꾸기’에 불신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는 1단계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실제 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중 1단계 무역협상에 대해 “많은 디테일이 발표되지 않았고, 여려가지 골치 아픈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루샹 연구원은 “채워져야 할 공백들이 여전히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더 많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공개했지만 미국 측 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 후시진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이 많이 양보했다는 점을 지적한 찰스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기사를 인용해 “일부 중국 네티즌들 역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협상에 동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모두 불만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중국은 줄곧 미국의 대중 관세 철폐를 요구해왔다. 이번 1단계 협상에서 미국은 약 12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절반인 7.5%로 줄이기로 했지만, 다른 250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합의 이후에도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 연구원은 “1단계 합의를 이뤘다고 모든 무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합의사항 이행 과정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만 “미중 무역전쟁에 얽힌 교역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을 이해할만하다”고 했다.

왕쥔 중국경제교류센터 부부장은 “1단계 합의는 일시적 화해로 완전한 휴전이 아니다”며 “두 나라의 관계가 무역전쟁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문제 같은 더욱 민감한 부분은 아직 전진의 기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태도에 불신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친구’에서 ‘적’으로, 또 며칠뒤 ‘위대한 지도자’로 칭하며 혼란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무부의 단계적 관세철폐 발표에 대해 부인한 이후 중국 내부에선 미중 협상에 대한 전망이 더욱 비관적으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 미중 합의를 서둘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이번 합의가 잠깐의 긴장 완화 효과는 있겠지만 양국 관계의 장기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했다. 그는 “(1단계 합의는) 어려운 문제를 미래로 미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만큼 그러한 미래가 매우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 역시 “미국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명심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급변할 경우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언론들은 이번 1단계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이후 양측이 이견을 좁히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20개월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양측이 합의문에 의견을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양측이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문에서 더 많은 긍정적 요소를 끌어내, 이를 계기로 인내를 가지고 협상을 계속하면서 갈등을 없애거나 줄이고 신뢰를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매번 미국과 외교 문제에 있어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번 1단계 합의에 대해선 중국 정부의 성명 발표 소식을 위주로 전할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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