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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검찰·환경단체 충돌..고래고기 DNA정보는 왜 논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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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울산 경찰이 불법포획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고래고기를 업자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울산시 동구 방어진 수렵 냉동창고에서 고래고기의 수량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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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최근 검찰과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 돌핀스가 불법포획된 고래고기를 되돌려 준 이유를 두고 충돌했다. 양측이 설전을 벌인 쟁점은 바로 시중유통 가능한 고래고기들의 DNA정보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었다. 검·경 갈등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여기서 DB 구축이란 우연히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었거나(혼획) 선박과의 충돌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좌초 등 합법적으로 취득한 고래를 시중에 유통시키기 전 해당 DNA정보를 모두 확보하는 일을 말한다. 나중에 불법포획으로 의심되는 고래고기를 압수하면 이와 비교해 여부를 가리게 된다.
하지만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아 100% 모든 고래의 DNA정보 확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발생한 2016년 당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보유한 고래의 DNA정보 확보율은 저조했고 울산지검 검사가 고래고기를 되돌려 주게 된 주요 이유가 됐다. 확보율이 100%였다면 논쟁 자체도 발생하지 않았고 고래고기 환부사건 또한 다른 국면을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고래고기의 DNA정보는 왜 100% 확보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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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해경이 지난 2일 울산항 묘박지에 건져올린 고래사체를 육상으로 인양중이다. 이 고래는 밍크고래류로 경매에 붙여져 1억700만 원에 공매됐다. 판매수익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됐다. 혼획되거나 좌초된 고래는 경매에 앞서 시료가 채취돼 울산 장생포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로 보내야 한다. 이 고래의 DNA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진=울산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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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연구센터로 가지 않는 혼획 고래 시료
이야기는 2011년 1월 3일 시행에 들어간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서 출발한다.
국내 고래관리 규정인 이 고시는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 상업포경 전면금지 이후 25년간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우리나라 연근해에 분포, 서식하고 있는 고래자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개정된 고시이다.

고시는 혼획, 좌초, 불법포획 된 모든 고래류에 대해 유통증명서 발급, DNA 시료채취 및 수협 위판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DNA시료채취 및 데이터베이스(DB)구축 과정은 허점투성이다.

불법포획이 아닌 혼획, 좌초 등의 경로로 고래를 취득한 경우 해경에 신고를 하면 해경이 불법성(주로 작살로 포획) 여부를 조사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유통증명서를 발부한다. 유통증명서를 받으면 수협에 위탁판매를 맡기게 되는 데, 이 때 수협조합장이 위판 의뢰를 받은 고래에서 시료(샘플)을 채취해 울산 장생포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로 보내게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시료채취와 시료의 송부 곤란 등을 핑계로 고래연구센터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밍크고래가 아닌 상괭이와 같은 돌고래가 위판 될 경우에는 시료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고시 시행 후 1년를 살펴본 결과 상괭이의 경우 700여 마리가 혼획 되었으나, 10여 마리만 DNA시료가 채집돼 고래연구소에 제공됐고 나머지는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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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장생포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사진 가운데). 위쪽에 장생포 고래박물관, 왼쪽 건물은 고래박물관의 고래생태체험관이다. /사진=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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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이 흘러도 고래의 DNA정보 확보는 제자리
사정은 나아졌지만 2011년~2018년까지 고래연구센터가 확보한 DNA샘플은 혼획된 전체 고래 중에서 밍크고래는 81%, 밍크고래를 제외한 고래와 돌고래류는 47%만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마리 수로 따지자면 2013년~2017년까지 5년간 혼획된 전체 고래의 DNA 정보 보유 비율은 63.2%로, 발급된 고래유통증명서는 8623건이지만 이중 5450건만 DNA정보가 확보됐다.

고가에 판매되면서 종종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밍크고래의 DNA정보 확보율은 2012년 86%, 2013년 77%, 2014년 78%, 2015년 82%, 2016년 66%, 2017년 78%로 나타났다. 여러 해가 지나도 제자리걸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위탁판매에 앞서 시료 보내지 않았거나 오염된 시료를 보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7년이 세월이 흘렀지만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즉, 경찰이 불법 포획된 고래 고기라고 압수했지만 이처럼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누락된 혼획 고래들이 존재하다보니 검찰은 혼획된 고래인지 불법포획된 고래인지 명확하게 확인을 할 수 없다며 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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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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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정보 어디까지 확보해야 불법성 입증될까?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검찰은 경찰이 압수한 불법포획 고래고기 27t 중 6t은 불법성이 확인돼 경찰의 소각요구를 받아들였고, 나머지 21t은 불법포획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고 업자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법한 환부였다는 입장이다.
최근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당시 밍크고래의 DNA정보 확보율이 81%가 맞다 해도 그것만으로 대원칙 상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라고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누락된 19% 속에 있는 고래고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로서는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5월 고래고기가 환부되고 6개월 뒤인 12월에서야 고래연구센터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래연구센터는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모두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고기들의 DNA DB정보와 일치하지 않아 불법 개체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이 또한불법 포획 입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DNA DB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 불법포획으로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당시 DNA 검사 결과가 회신된 시료의 양도 34점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어느 고래고기에서 시료를 채취했는지 특정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경찰은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피의자들의 창고를 급습할 당시 밍크고래 불법 해체가 이뤄지고 있었고, 피의자 대부분이 동종 전과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변호사를 통해 검사에제 제출한 고래유통증명서가 가짜라는 점 등은 불법성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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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단체들이 울산 장생포에서 열린 고래축제 행사장에서 고래고기 판매 금지와 밍크고래의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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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정보 없는 고래고기는 무조건 금지해야
생각지도 못한 고래고기의 DNA정보가 검·경 갈등까지 불러 온 셈이다.

문제는 DNA정보가 있는 고래라도 해체작업 후 통해 판매할 경우 유통증명서에 거래내역을 기재하지 않거나 아예 유통증명서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도 불법 고래고기 수사를 복잡하게 만들고 단속 경찰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도 2018년 10월 개최한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합동 학술 세미나’를 통해 유통증명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부 규정을 만들어 적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동조했다.

환경단체는 보다 강경하다. 혼획 고래의 DNA시료를 제공하지 않고 DNA정보 DB구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령을 통해서라도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법포획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 해양환경운동가는 “고래연구센터 DNA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고래고기는 이유를 막론하고 유통을 금지시켜야 한다”며 “시료를 보내 주지 않는 등의 행위는 실수라기보다는 불법유통 등의 의도를 가진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시생하는 목적은 고래 보호와 함께 불법포획 고래고기 유통를 차단하자는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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