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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 폐업 급증하는 실상 보고도 위기에 눈감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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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우리 기업의 암울한 현실을 알려주는 통계가 또 나왔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기업은 92만개로 0.7%(7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과 2017년 신생기업 증가율인 7.8%, 4.2%보다 훨씬 낮다. 2017년 소멸기업은 69만8000개로 전년보다 11.5%(7만2000개)나 늘었다. 비교 연도가 다르지만 기업의 소멸속도가 증가속도보다 16배 이상 빠르다.

지난해 창업한 신생기업 수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정부는 ‘창업 대박’이라고 자랑하고 싶겠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 신생기업의 89.3%가 종사자 1명인 기업이었고, 신생기업의 70.7%는 연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인 영세기업이었다. 소멸기업에서도 92.2%가 1인 기업이었다. 기업의 생존율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창업 후 1년 내에 문을 닫은 곳이 3곳 중 1곳 이상이고, 3곳 중 2곳은 5년 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숙박·부동산업 등에 뛰어들었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국내 기업 풍토가 얼마나 척박한지를 대변하기에 손색이 없다. 노동생산성이 제자리걸음하는 상황에서 임금 등 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세한 1인 기업 위주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이유다. 게다가 폐업 통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일이다.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오른 작년과 올해의 사정은 더 나빠졌을 것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선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인력을 줄여 자동화 설비로 대체하거나 아예 공장을 멈추는 곳이 속출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계속되면서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위기에 둔감한 정부다. 중소기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데도 정부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만 쳐다보며 “고용 회복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우긴다. 여당 주도로 ‘타다 금지법’을 밀어붙이면서도 정부는 경쟁력이 저조한 산업과 노동시장 등 5개 분야를 구조개혁하겠다고 큰소리친다. 어불성설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력이 가장 낮은 정부의 공허한 소리에 누가 귀를 열겠는가. 정부 인식이 바뀌어야 정책이 바뀌고 경제가 회생할 길도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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