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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정동일의혁신리더십] 죽어가는 기업 되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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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15년 만에 화려한 부활 / 독단적 의사결정 대신 ‘오센틱 리더십’을

세계일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몇 년 사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빠른 성장을 하고 있어 화제다. 컴퓨터 운영체계인 ‘윈도우’와 사무용 프로그램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동안 전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주름잡았고, 이 덕분에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포브지에서 선정하는 부호 명단에서 오랫동안 1위를 독차지하며 부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모바일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실패하며 MS는 한물간 기업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애플을 제치고 잠시이지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전체 매출(120조원)의 36%에 달하는 44조원이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올 정도로 이제 MS는 윈도우로 IT업계를 지배하던 기업이 아닌 새로운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15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1월, 회사의 문화를 개선하고 사업구조를 디지털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애플·구글·아마존 같은 기업에 경쟁력을 빼앗겼던 MS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14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가 핵심인력 300명만 모이는 최고회의에서 “기술변화가 너무 빨라 나도 잘 모르는 게 많으니 앞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회의를 바꿔 봅시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CEO가 됐지만 ‘나를 따르라’란 자세가 아닌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보자. 당신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로 핵심인재들에게 접근한 나델라의 오센틱한 리더십(진정성 리더십)이 회사가 대변신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오센틱 리더십은 조직구성원의 역량이 향상되고 참여와 공유가 시대적 흐름이 된 지금 새롭게 주목받는 리더십이다. 오센틱 리더십의 권위자인 워싱턴대학의 브루스 아볼리오 교수는 “누구나 댄서가 돼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오센틱 리더의 역할”이라고 했다. 리더 자신이 주인공이 돼 ‘나를 따르라’를 외치고 이 과정에서 직원은 수동적인 참여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적극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로 조직구성원을 격상시키는 리더십이 바로 오센틱 리더십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초 개최된 HR(인적자원)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아볼리오 교수가 오센틱 리더십의 가장 좋은 예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꼽았다는 사실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독단적 사고 대신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직원 사이에서 아이디어 중심의 ‘선한 갈등’을 장려한 결과 MS가 부활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나델라 리더십의 핵심은 ‘진정성’이라고 이야기한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리더가 조직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통제하며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기에는 리더가 대응해야 할 변화의 폭과 속도가 너무나 크고 빠르다. 2020년에는 자신이 주인공이 돼 화려한 조명을 독차지하려 하기보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댄서가 돼 자신의 춤을 추게 할 수 있는 리더가 돼 보자. 오센틱 리더십은 죽어가던 기업도 되살리는 리더십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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