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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종이 돈' 피해자 "1년치 월급을 쿠폰으로...곧 바꿔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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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돈 묶음으로 임금지불, 1200만원 넘어

알선업자, 재산 자랑하며 지불요구 묵살

불이익 당할까봐 이주노동자들 속앓이

판자때기 샤워실 제공하고 월세 챙겨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외국인 노동자의 가족), 최선희(대구경북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기막힌 얘기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누구나 노동력을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아야죠. 그런데 이 임금을 현금이 아닌 종이 쿠폰으로 받았다면, 이게 이해가 되십니까? 실제로 경북 영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인력 업체를 운영하면서 2년 동안 그들에게 돈 대신 종이 쿠폰을 발행해 온 건데... 1인당 피해액이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이 기막힌 사건. 우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제보를 한 분이세요. 피해 노동자 한 사람의 가족입니다. 연결을 해 보죠. 익명으로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나와 계세요?

◆ 노동자 가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베트남에서 온 장인, 장모가 농사일을 하러 다닌다는 건 알고 계셨잖아요.

◆ 노동자 가족> 네,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일을 다니셨어요?

◆ 노동자 가족> 지금 한 3년차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임금이 체불됐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 노동자 가족> 작년 2018년도에 제 집사람 통해서 임금을 돈으로 안 받고 쿠폰으로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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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2년 간 임금체불을 일삼아 왔다는 파견용역자가 지급한 종이돈.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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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어느 날 우연히.

◆ 노동자 가족> 네. 그래서 좀 이상하게 제가 생각을 했었고요. 제가 직접 장인, 장모님을 뵙고 그 종이돈을 직접 봤습니다. 보니까 묶음으로 고무 밴드로 묶어져 있더라고요. 전체적인 금액이 한 200-300 정도 돼 보이더라고요.

◇ 김현정> 한 묶음이요?

◆ 노동자 가족> 네.

◇ 김현정> 그 종이돈을 보니까 진짜 무슨 아이들이 소꿉놀이할 때 종이에다가 돈 얼마얼마 써서 장난치듯이 놀이하듯이 그런 쿠폰이네요.

◆ 노동자 가족> 네, 맞습니다. 그 종이 쿠폰을 사업주한테 주면 돈으로 다시 되돌려 받아야 되는데 돈으로 되돌려 받지 못하고 그냥 장부에 기록만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일은 하면 일당이라는 게 원래 그날그날 주는 건데. 아니, 그날그날 못 주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정산을 해 줘야 되는데 종이 쿠폰을 주면서 “이거 나중에 돈으로 바꿔줄게, 가지고 계시오.” 장인, 장모님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얼마가 밀려 있었던 겁니까?

◆ 노동자 가족> 작년에는 한 1,200만 원 정도가 밀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두 분 합쳐서요?

◆ 노동자 가족> 네, 맞아요.

◇ 김현정> 쿠폰을 갖다가 내면 돈으로 바꿔줘야 되는데, 그걸 또 기록부에다가만 적고 또 돈은 안 줘요?

◆ 노동자 가족> 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 김현정> 처음에 그 종이돈을 보고 어떠셨어요?

◆ 노동자 가족> 많이 안타깝죠. 제가 이 문제를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장인, 장모님 임금이 한 1,500만 원 이상의 임금이 체불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 용역 업체 사장한테 지급해 달라 요구했을 때, 그 용역 업체 사장님이 자기가 통장에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이 50만 원밖에 없대요. 그 말을 듣고 지급할 의사가 분명히 없다라는 생각을 첫 번째로 가졌었고.

두 번째로는 저희 장인, 장모께 왜 지금까지 1500만 원, 1600만 원 되는 돈을 지금까지 못 받으면서 종이 쿠폰만 받으면서 왜 일을 계속 나가셨나? 물으니, 다른 분들은 한 2700, 많은 사람은 3000만 원 못 받았는데...

◇ 김현정> 수두룩하군요, 그런 피해자들이.

◆ 노동자 가족> 그 사람들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는 1600만 원, 15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이걸 굳이 얘기할 필요 있나? 제가 저희 집사람을 통해서 이 얘기를 듣고 좀 심각하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에.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냥 모른 척하지 않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세상에 알리면서 지금 이 기막힌 사건이 알려진 겁니다. 제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 장인, 장모님뿐만 아니라 아내분도 그렇고 충격이 크시겠어요?

◆ 노동자 가족> 걱정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장인, 장모님께서 크게 걱정하고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받을 수 있겠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못 받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 보니까 요즘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세요.

◇ 김현정> 연세 있으신데도.

◆ 노동자 가족> 못 주무시고 계속 한숨 쉬시고 걱정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저희 집사람도 힘없어 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아마 자식들 살림에 좀 도움 주시겠다고 연세 드신 분들이 가서 매일 농장에서 일하신 것일 텐데. 참 그걸, 그 돈을 빼앗다니요. 이건 뭐 벼룩에 간을 빼먹는 것도 아니고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내분도 그렇고 장인, 장모도 좀 위로해 주시고 밀린 임금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제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노동자 가족>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임금 체불 피해자 한 분의 사위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해 봤습니다. 이어서 이분으로부터 최초 제보를 받고 노동청에 신고한 분이 계세요. 시민단체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의 최선희 집행위원장 만나보죠. 최선희 집행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최선희>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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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가 영천의 한 파격용역자의 대규모 임금체불을 지적하며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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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피해자가 대체 몇 명입니까?

◆ 최선희> 작년에 150명 정도가 근무를 했다고 하고 올해는 5명이라고 하니까 아마 200명 정도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금액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고 계세요?

◆ 최선희> 가늠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 3-4억대 정도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4억대 정도. 대체 왜 종이 쿠폰을 줬답니까?

◆ 최선희> 그 사장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계속 우리를 피하고 있다라는 얘기만 들어서 결국은 주위에 있는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조금 더 얘기 듣는 수준에서 토로하셨습니다.

◇ 김현정> 수차례 찾아갔지만 직접은 못 만나고 주변 조사만 하신 거네요. 그런데 임금 체불로 찾아간 사람들한테 피의자들이 이렇게 말했대요. 그 농장에 농사가 망해서 우리도 정산 못 받았다. 우리도 돈을 못 받았는데 당신들한테 어떻게 주냐? 그러니까 좀 기다려라, 기다려라, 한꺼번에 주겠다 이랬다고 하는데요?

◆ 최선희> 농장주들에게서는 거의 돈을 다 받은 걸로 알고 있고요. 어떤 농장주에서는 미리 돈을 줘야지만이 사람을 보내줘서 현금으로 돈을 먼저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돈을 못 받아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사실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 사건을 제보 받고 백방으로 취재를 하러 다니신 걸로 알아요. 조사를 해 보시면서 좀 충격적인 것들도 많이 목격하셨다고요?

◆ 최선희> 아직도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언젠가는 돈을 주겠다고 믿고 있는 한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 사건 터진 걸 알고도? 왜요?

◆ 최선희> 하나는 너희들이 신고를 하면 벌금을 받기도 하고 잡혀갈 수도 있고 너희들 딸과 사위한테도 문제가 생긴다라는 이런 두려운 마음을 계속 심어준 것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땅도 많고 집도 여러 채 있고 차도 여러 대 있기 때문에 너희들 월급 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줄 수 있다라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이분들에게 어떤 신뢰와 믿음으로 그것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월급 못 받았어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도 자기는 그런 거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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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오히려 숨겨요?

◆ 최선희>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일할 수 없는 비자로 온 외국인들이 여기서 일하는 것 자체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해서, 이용해서 이들을 등쳐먹는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건 반드시 적발해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늘 짚어보고 있는 것일 텐데요.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소도 가보셨다면서요?

◆ 최선희> 좀 열악했습니다. 잠자리는 그냥 잠을 자기 위한 공간밖에 되지 않고요.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겨우 되는 곳에 한 2명 정도가 자고 있었고요. 그리고 그보다 한 3배 정도 될 수 있는 공간에서는 7명, 8명 이렇게 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곳에 냉난방이 잘될 리는 없고. 씻는 곳, 샤워실 같은 게 잘돼 있을 리도 없고.

◆ 최선희> 씻는 건 정말로 판자로 가림막을 할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 김현정> 판자요, 나무 판자요?

◆ 최선희> 네. 가림막을 해서 그냥 샤워기 하나만 달려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문단속을 하면서 샤워를 한다라는 건 사실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성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시설에서 월세를 받고 있었다고 하니까 좀 더 경악스럽기는 하죠.

◇ 김현정> 그걸 또 월세까지 받았어요?

◆ 최선희> 월세를 15만 원으로 들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참 별의별 기막힌 임금 체불이 다 있구나 싶네요. 이게 2019년이 맞나 싶습니다.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갔으니까요. 아무쪼록 조사가 명명백백하게 이루어져서 이 나쁜 짓 저지른 사람들 합당한 처벌받기를 바랍니다.

◆ 최선희> 반드시 노동청에서 의지를 가지고 이 조사를 명백하게 드러내줬으면 좋겠고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서 이런 문제들이 근절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저희도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선희> 고맙습니다.

◇ 김현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의 최선희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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