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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뭔가 이상해” 지난 시즌 공인 줄도 모르고 ‘황당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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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 맞대결

업체 ‘오배송’…홈팀도 확인 못해

별도 규정 없어 경기 그대로 진행

경향신문

박기원 감독 항의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오른쪽)이 6일 프로배구 OK저축은행전 도중 “올 시즌 사용구가 아니다”라며 본부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남자 프로배구 경기 도중 지난 시즌 사용구가 쓰인 사실이 발견돼 결국 그 사용구로 끝까지 경기를 치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맞대결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문팀 대한항공 선수들이 2세트 5-7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공이 이상하다며 문제를 제기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선수들에게 전달된 공 2개의 색깔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정의탁 경기감독관에게 정식으로 항의했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경기감독관 등이 조사한 결과 2018~2019시즌 사용구가 경기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KOVO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올 시즌 반발력이 상향 조정된 사용구를 새로 도입했다.

문용관 KOVO 경기운영실장은 “사용구 관리에 불찰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양팀 감독에게 물어본 결과 그대로 경기를 속개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 KOVO엔 사용구로 경기하지 않은 경우의 효력에 관한 규정이 없다.

KOVO에 따르면 배구공 제조업체가 구단으로 공을 보내면 홈팀의 코트 매니저가 공기압 등 공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경기감독관이 최종 확인, 서명해 코트에 들여보낸다. 이날 경기엔 경기용 공 5개와 예비 공 1개가 투입됐는데 경기용 5개가 지난 시즌 사용구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업체가 지난 시즌 공을 구단에 잘못 보낸 것이지만 OK저축은행 관계자들과 경기감독관, 심판들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기원 감독은 “사용구가 아닌 공으로 정식 경기를 한 건 처음”이라며 “KOVO든 심판이든 정확히 확인을 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도 “우리 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시즌 공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항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대한항공은 OK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3-1(27-29 25-14 25-14 25-19)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2연승을 기록하면서 11승3패 승점 29점으로 우리카드(승점 26점)를 제치고 선두 자리로 뛰어올랐다. OK저축은행은 5연패 늪에 빠졌다.

안산 |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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