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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한국당은 왜 바쁜 12월에 원내대표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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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농성에서 돌아온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메시지는 '읍참마속'이었습니다.

발언이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당 최고위원회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했습니다. 오는 10일 임기가 종료되는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혀온 만큼, 당의 결정은 뜻밖이었습니다.

당 안팎에선 황 대표가 '읍참'하겠다던 '마속'이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의 해체를 주문했던 김세연 의원이 아닌, 나 원내대표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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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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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왜 12월인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내에선 당이 '사당화(私黨化)'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당사자인 나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의 결정을 승복했습니다. 한국당은 9일 경선을 하기로 했고, 강석호·유기준·심재철·윤상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본격적인 원내대표 경선 국면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국당은 왜 하필 12월에 원내사령탑을 바꾸는 걸까요? 국회의원에게 12월은 한 해 중 가장 분주한 달입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이 매년 12월 1일이지만, 국회는 2015년 이래 5년 연속, 이 시한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10일 이전 처리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급박한 정국에 한국당은 여야 협상을 대표할 사령탑을 새로 뽑겠다는 건데, 전쟁 중 장수를 바꾸는 셈입니다.

"우리는 누구랑 협상하나?" "이 와중에 원내대표 경선만 관심"

원내대표 교체 결정에 민주당에선 당장 "우리는 누구랑 협상을 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도 "한국당이 원내대표 경선에만 골몰해 예산안 심사 등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당들은 통상 5~7월에 원내대표를 선출합니다. 국회의원 4년 임기가 시작되는 5월에 맞춰, 원내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과적이기도 하고, 정기국회 중 원내 사령탑을 바꾸면 기존 원내대표가 짜놓은 전략과 차기 원내대표의 전략이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은 왜 5월이 아닌 12월에 원내대표를 교체하는지 과거를 되짚어봤습니다. 따져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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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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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원내대표 선거 치르게 된 한국당의 '역사'

4일 청와대 앞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천막 농성장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천막 밖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나 정치 20년 한 사람이오!"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됩니까?" 등등의 고함이 들렸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4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의원총회가 아닌 당 최고위원회에서 원내대표 재신임을 사실상 결정한 데 대해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당헌·당규상 원내대표 교체 결정 권한은 의원총회에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 의원은 3년 전 비슷한 시기,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몸을 낮춘 적이 있습니다. 정 의원은 당시 한국당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직을 그만둔 겁니다. 정 의원은 중도 사퇴 이유에 대해 "보수 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고 배웠다"고 밝혔습니다.

정 의원뿐만 아니라 당시 김광림 정책위의장(현 최고위원) 등 원내대표단은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그때부터 기존 5월에 치러지던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일은 12월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정우택-김성태 원내대표에 이어 지난해 12월 11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취임하게 된 이유입니다.

홍준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디좁은 땅 차지하려 해"

나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춥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고위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원내대표 교체의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국면으로 어수선한 당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디좁은 땅이나 차지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으니 국민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겠나?"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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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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