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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살에 다시 타오른 ‘불타는 휘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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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수 대한항공 여자탁구팀 감독

유승민 발굴한 베테랑 지도자

50대까지 불같은 조련사 역할

“이젠 불씨…세계적 선수 육성

마지막 불꽃 태울 거야”

그 옆에 김경아·당예서 코치

“저희들 들들 볶지만, 열정 대단

다운된 팀 분위기 확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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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뜨는 감독님이야~.”

그와 체육관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도중, 그의 후배인 김형석(57)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농담조로 이렇게 귀띔하며 껄껄 웃는다. 눈가에 주름 골이 깊어지고, 깡마른 얼굴이지만 ‘깡다구’ 하나만은 탁구계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는 베테랑 감독은 이런 후배의 말에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7·현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영원한 스승’ 강문수(67) 대한항공 여자탁구팀 감독이다. 고희도 얼마 남지 않은 감독은 요즘 제2의 탁구인생을 살고 있다. 30년 훌쩍 넘게 탁구대표 남자팀 코치와 감독·총감독, 그리고 삼성생명 탁구팀에서 감독·총감독을 지내다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였지만, 지난 5월 다시 현장 지도자로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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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전무의 전격 제의를 받고 그는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인 김경아(42) 코치와 중국에서 귀화해 여자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다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당예서(41) 코치가 지도하던 대한항공을 지난 5월 맡게 됐다. 그런데 불과 몇개월 만에 그는 전국체전과 실업리그에서 여자단체전 우승을 연이어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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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열정이 대단해요. 저희들을 들들 볶지만, 직접 선수들한테 볼박스도 쳐줍니다. 오전 7시30분에 훈련장에 나와 저녁 7시30분에 들어가셔요….” 지난 1월 코치로 부임해 감독없이 팀을 이끌어오던 김경아 코치는 강 감독을 이렇게 치켜세운다. 강 감독은 50대 지도자 시절까지 불같은 성격으로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불타는 휘발유’라는 별명을 얻었다.

늘그막에 여자선수들을 조련하게 된 그는 확 달라졌다. “이제 불씨라고 해줘. 젊었을 때는 주로 남자선수들을 지도하며 의욕이 넘쳤지만, 자제력도 부족했지. 이젠 지구력을 갖고 여자 선수들을 지켜봐야 해. 국내 대회 성적도 내야 겠지만,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는 여자팀에서 세계적 선수를 길러내도록 마지막 불꽃을 태울 거야.”

그래서 그는 절친인 이현세 만화가가 써준 ‘진인사대천명’ 말고 ‘마부작침’을 늘 마음에 되새기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선수를 키우고 있지.”

강문수 감독은 ‘탁구신동’으로 불리던 유승민의 가능성을 초등학교 5년 때 알아봤고, 부천 내동중 3년 때 그를 삼성생명으로 입도선매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당시 이철승 코치와 함께 소속팀에서 유승민을 조련시켜 결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도록 했다. “그때 승민이가 ‘물건’이라고 판단했지.”

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훈련시간 엄수’, 그리고 ‘원 모어’(One more)를 강조해왔다. 한 바퀴 더 돌고, 한번 더 연습하고 하라고는 의미였다. “너무 세게 가르치니까 승민이가 어느날 ‘감독님은 칭찬 한번 안 하시고 뭐라고만 하신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지. 그래서 내가 타이틀 가져오면 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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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두 여성코치와 세대차는 있지만, 좋은 콤비를 이루며 그동안 침체했던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감독님이 오시고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다운’돼 있고, ‘다크’했었는데…. 감독님이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선수들을 지도해주고 있어요.” 김경아 코치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감독님이 경기 때 너무 예민하셔서 힘들기도 하다”고 한다.

그러자 강 감독은 “총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대회장은 전쟁터야. 상대를 잡지 못하면 내가 죽는 거야”라고 되받아 친다.

춘천/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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