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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라이프 트렌드] 덕수궁 돌담길 수놓은 소원 등불 … 시민과 태양이 손잡고 만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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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사랑·미래·행복·여행 테마

시민 5000명이 힘 모아 제작

태양광으로 충전 자동 온오프

공공 예술 프로젝트 1887년 3월 6일 경복궁 건청궁.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환호했다. 한반도에 전깃불이 처음 들어오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난달 21일 저녁 무렵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도 5000개의 소원 등불이 켜지면서 한반도 최초 전등 발등식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어둠을 밝히는 소원 등불 앞에 몰려들어 마음속 염원을 기원했다.

중앙일보

시민 5000명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소원 등불이 덕수궁 돌담길 일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성자동차가 지원한 소원 등불은 태양광을 받아 자동으로 온·오프되는 친환경 에코 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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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명소와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이 더욱 밝아졌다. 시민들이 힘을 모아 제작한 ‘소원 반디’ 덕분이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가로수길과 주변 일대를 환하게 물들였다.

하지만 이 등불은 크리스마스트리와 달리 전기를 이용한 인공 불빛이 아니다. 낮 동안 태양광으로 충전되고 주위가 어두워지면 자동적으로 켜지는 친환경 에코 불빛이다. 소원 반디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태양과 시민 5000명이 만든 등불을 덕수궁 돌담길에서 볼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이곳에 오는 많은 사람에게 등불을 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훈훈한 야경도 즐기는 멋진 연말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반겼다.



소원 반디로 ‘배리어 프리’ 공연도 지원



예술 후원 캠페인인 소원 반디는 ‘소원을 비는 반딧불’이라는 뜻이다. 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가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진행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올해는 서울 시민 5000명이 10월 한 달간 서울 곳곳에 마련된 예술후원 캠페인 부스를 통해 꿈·사랑·미래·행복·여행 5가지 테마에 맞춰 소형 등불 5000개를 제작했고,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립미술관 일대를 밝힐 수 있게 됐다. 시민이 손수 참여한 프로젝트라 의미가 더 크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서울광장(10월 3~6일), 코엑스 광장(18~20일), 청계천 대림상가(17~20일)에서 진행됐다.

태양광으로 자동 충전돼 자연 발광하는 이 친환경 소형 등불은 시민의 염원뿐 아니라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소형 등 한 개당 한성자동차의 후원금 1만원이 적립돼 장애인이 장벽 없이 공연을 관람하도록 돕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공연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소원 반디는 12월 26일까지 한 달가량 덕수궁 돌담길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 열린 소원 반디 행사에 참석한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는 “소원 반디는 한성자동차 드림그림 장학생과 임직원 그리고 5000여 명이 모두 참여해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며 “문화 장벽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응원을 이어나가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 5만5000개로 꾸민 ‘에코 시티’



이날 행사에선 ‘에코 시티’라는 공동체 단체 작품도 시선을 끌었다. 예술 영재로 구성된 드림그림의 장학생들이 ‘소원과 이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브릭 아티스트인 진케이(45)와 함께 에코 시티를 2개월간 제작했다. 에코 시티는 가로·세로 길이 1.5m, 높이 1.3m 규모의 거대한 브릭 조형물. 드림그림과 진케이가 함께 그려본 미래형 도시는 무려 5만5000개 블록으로 이뤄졌다.

진케이는 태국 방콕에 방탄소년단(BTS)의 브릭 아트월을 제작하는 브릭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는 “예술과 기술,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에코 시스템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다”며 “산 모양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하늘에서 보면 뻗어 나가는 형태다. 하늘과 땅, 인간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주제였지만 드림그림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했고, 이것을 공동으로 시각화 과정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제작에 참여한 고3 최엘라양은 “다양한 건물과 자연이 융합하는 작품으로 개개인의 개성도 살고 전체적인 의미도 담겨 있어 굉장히 놀랍다. 브릭아트의 개념조차 몰랐지만 생각보다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내가 상상하는 에코 시티’는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1층에 전시되고 있다.

한성자동차와 서울문화재단과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성자동차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지역 사회 발전을 돕기 위해 2014년 4월 서울문화재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서울중앙시장 환경개선 프로젝트’, 2015년 ‘구로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2016년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 서울시의 문화적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7년부터는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참여해 드림그림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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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엘라 장학생, 아우스프룽 대표, 김종휘 대표, 진케이 아티스트.


한성자동차는 드림그림 장학생들이 받은 혜택을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우스프룽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예술을 접하고 참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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