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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막 정규직 된 수납원에 “자회사 갈래?” 또 물은 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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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무 대신 청소·풀뽑기 배치…“힘든 일 시킨 후 압박”

도공 “전환 문의 받아…일부 영업소, 희망자 파악 위해 문자”

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의 선고에 따라 정규직으로 고용된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갈 것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재차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법정 투쟁 끝에 도로공사의 정규직이 됐지만, 원래 하던 수납업무 대신 고속도로 주변 청소나 풀뽑기 업무 등에 배치된 상태다. 수납원들은 “한 달 동안 힘든 일을 시킨 후 다시 자회사로 가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도로공사 측은 “배치되신 분들 중 한두 분이 자회사 전환을 문의해서 규모를 대략 알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21일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일부 영업소는 지난달 정규직으로 현장에 배치된 요금수납원들에게 지난 20일 자회사로 갈 것인지 묻는 문자를 발송했다. 한 영업소는 “전환 대상자 파악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12월부터 부족 인원은 신규채용한다고 한다”며 자회사 전환의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했다.

대법원과 1심 법원에서 ‘도로공사 직원이 맞다’는 판단을 받은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현장지원직’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영업소에 배치됐다. 대부분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방침을 거부하고 사법부 판단에 따라 정규직이 된 이들이다. 도로공사는 이들에게 수납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고속도로의 졸음 쉼터 청소나 녹지 정리 등의 업무를 맡겼다.

민주일반연맹 측은 “고령자와 장애인이 다수 포함된 이들에게 고된 업무를 부여한 뒤 또다시 자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도 아랑곳 않고 도로공사가 다시 수납원을 자회사로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충북 보은지사에 배치받아 청소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낫으로 풀을 베다가 손을 베이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광주 영업소의 한 노동자가 고속도로 주변의 경사진 비탈길에서 제초작업을 하다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쳤다. 거주지에서 먼 지역 영업소에 배치된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영업소 사무실 또는 주변 컨테이너 건물에 차려진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고령 노동자는 거주지 인근에서 수납업무를 할 수 있는 자회사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장지원직 노동자는 “누가 봐도 오늘 안 해도 되고, 이 일을 안 해도 여태껏 아무 문제도 없던 일을 하고 있다”며 “도로공사의 기본 지침은 있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일을 시킬지는 각 영업소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하는 일도, 업무강도도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현재 자회사 노조에서 직접고용된 사람들의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협의라도 해보기 위해 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 영업소가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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